티스토리 뷰
아차. 이게 아니라...
[거꾸로 된 파테마]의 설정을 먼저 설명하자면, 중력을 가지고 에너지로 전환하는 뭐 그런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고(줏어들은 바로는 물리학에서 우주를 설명하는 힘 중에서 가장 약한 게 중력이라고 들었다.. 이걸 갖다 에너지로...??) 그 피해자들인 대부분의 인류는 역중력이 작용하여 "하늘로 추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소수의 역중력 피해자들은 지하공동체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나머지 역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선택된 자들"은 일종의 종교적 교리를 갖고 하늘로 추락한 이들이 죄인이었다는 이데올로기로 아주 엄격한 규율에 따라 통치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지하에 살던 파테마가 어린 시절 따랐던 라고스가 행방불명이 되고, 이런 맥락에서 자신의 입장에서 그 다른 세계를 추앙하게 된다. 하지만 지하공동체는 기본적으로 땅의 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촌장의 딸인 파테마가 땅의 세계에 대해 추앙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의 보호자들은 그런 파테마의 희망을 억누르려 한다. 아마도 파테마는 어린시절 따랐던 라고스를 찾으려 다른 세계인 땅으로 가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하늘로 추락할 뻔 하다가 땅에서 사는 에이지가 우연히 그 자리에 있게 되어 그에게서 구출을 받게 된다.
이때 에이지와 파테마는 서로 "당신은 왜 거꾸로 있는가"라고 묻게 된다. 즉 지하공동체도 땅에서 사는 세계도 중력에 의한 사고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설정인 것 같다. 하지만 에이지가 학교에서 듣게 되는 교육에는 하늘로 추락한 것을 "죄인"이며 추락하지 않은 사람은 "선택된 사람"이라고 교육한다. 에이지는 이에 치를 떨지만 역시 나약하고 힘없는 한 개인이자 학생이었던 그는 순순히 따르게 된다.
나는 에이지와 파테마가 처음 만나 "당신은 왜 거꾸로 있는가"라고 하는 장면 이후 다시 하늘(아니 사실은 지하의 땅끝 천장이라고 할까)에 만든 천장에서 에이지가 이번에는 거꾸로 신세가 되면서 "이제야 너의 입장을 알 것 같아. 나는 너를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 것 같아"라고 한 장면이 꽤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실상 나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한다"는 방식에 많이 미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가라타니 고진이 얘기한 '트랜스크리티컬'에 대한 개념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어찌보면 자아와 타아의 경계를 뒤섞을 수 있고 변증할 수 있는 사고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러한 "이끌림"이 파테마와 에이지 사이에서 감도는 감정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된다.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여행자를 싫어한다고 한 이유를 가라타니 고진은 이렇게 설명한다. 여행자는 차이에서 오는 쾌락을 즐긴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레비스트로스와 같이 차이와 함께 그들에 대한 고통스러운 이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 파테마와 에이지 사이에서는 서로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역사를 발견함으로서 긴밀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어찌보면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 십 수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가 남녀가, 남남이, 여여가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서로를 이끌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게 된다. 파테마와 에이지처럼.
마지막 부분은 정말 압권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실상 우리가 이데올로기에 따라, 색안경을 끼며 타아를 바라보고 특별히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타아는 결국 자아와 마주할 것이다. 그 마주침은 폭력적일 수 있다고 하는 것에 슬라보예 지젝 같은 이들은 내기를 걸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마주침에 당혹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준비를 잘 한다면,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이관 글. 2017-02-10 작성]
'덕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수라」를 보고나서 (0) | 2021.05.23 |
---|---|
17년 2월 덕후감. 「너의 이름은。어나더 사이드:어스바운드」 외 (0) | 2021.05.23 |
「소중한 날의 꿈」 리뷰 (0) | 2021.05.23 |
17년 1월 덕후감. 「그 순백마저 거짓이라 해도」 외 (0) | 2021.05.23 |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리뷰 (0) | 2021.05.23 |
- Total
- Today
- Yesterday
- 시로바코
- 초속5센티미터
- 잉여가치
- 에릭올린라이트
- 논문읽기
- 덕후감
- 시점간단일체계
- 라멘아카네코
- 생산력우위태제
- 오블완
- 전형문제
- 여성혐오
- 자동분류
- 엘스터
- 신카이마코토
- 티스토리챌린지
- 암호화폐
- 살상무기지원
- 노동력
- 셜록홈즈
- 내청코
- 인공지능
- 가족임금
- 가사노동
- 이윤율
- 여성주의
- 뒤메닐
- 외톨이더락
- 넷플릭스
- 코헨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