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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그 순백마저 거짓이라 해도

내가 나름 극찬을 했던 "사라져라. 군청"의 작가 코노 유타카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이걸로 두 번째이다.

우선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여 주인공 마나베 유우에 대해 내가 느꼈던 인상에 대해서이다. 남 주인공 나나쿠사가 설명하는 마나베에 대해 "단순하다. 상식이 없다."고 설명하는데, 애매한 표현이라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적절한 표현을 떠올려 보다가 결론에 이르렀는데, 바로 마나베 유우는 공돌이 같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공감능력이 무척 떨어지고 효율성을 우선하며 문제의 해결을 우선하는 판단을 하는 편. 그것이 마나베 유우의 성향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뭐 정확히 공돌이 감수성에 가까운 거 아닌가. 예컨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고백하는 이유는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공감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그래서 저는 마나베 유우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응?)

이 소설은 나나쿠사, 사사오카, 미즈타니, 토키토를 중심으로 각 인물의 관점으로 시시각각 바꿔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방식은 소설의 전개속도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 같다. 그러나 각 인물 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떨어지는 감이 있다. 물론 각 인물들은 루머가 돌고 있던 일곱 가지의 수수께끼와 관련되어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어떤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제적 설정'은 나의 정체성이 '경제학도'라는 점에서...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여기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섬은 마법사가 관리하며 외부 세상과 차단되어있다. 단지 인터넷 쇼핑을 통해서 외부의 물자재를 들일 수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상황 자체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의문을 갖게 한다. 폐쇄경제라고 한다면 각자의 경제활동을 통해 그 섬만의 화폐를 가지고 돌고 돌게 한다는 배경이면 이해는 되겠으나 외부와 차단된 이 섬이 외부에서 공산품이나 게임 등의 취미를 위한 사치재, 그리고 유류, 식자재 등을 보급받을 수 있다는 점은 국내에서 통용되는 국가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그럼 학부모도 없이 섬으로 단독으로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의 돈은 대체 어디서 날까? 그들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설정이지만, 글쎄.. 그들의 소득에서 학교의 교육서비스가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어렵고 그들이 사는 기숙사의 세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이 섬에서의 '경제'에 대해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가는 설정이라서 경제학도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었다.

두 번째로 범인에 대한 것이다. "사라져라. 군청"을 읽은 독자라면 다들 예상했을 법한 인물이다. 그것도 항상 일부의 것에 대해서만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만든 이유는 결국 마나베 유우 때문이라는 것도, 전작과 같은 패턴이 여기서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마녀의 정체 역시 별로 놀랍거나 하지도 않았다.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맴돌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반장 미즈타니와 마나베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미즈타니는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행하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 취지는 분명 주관성을 잃어버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돛단배와 같은 멘탈을 갖는다. 하지만 미즈타니가 마나베를 싫어하는 것 자체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마나베가 분명 누구와도 티격태격할만큼 주관이 강하고 신념이 굳은 편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 사실 자체가 미즈타니가 싫다는 것을 설명하기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미즈타니를 일종의 가식적인 인물로 설정한다면? 그것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예컨대 미즈타니는 마나베에게 상대의 포지션에서 생각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정의해주었다. 그렇다면 미즈타니는 마나베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일까. 아니다. 반장은 마나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그 지점에서 미즈타니가 가식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즈타니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타인과 부딪히는 일, 즉 인간관계에서의 긴장감을 싫어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불똥이 자신에게 올까봐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편을 계속 선택해온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마나베 유우를 싫어했던 것이고 그만큼 나는 미즈타니라는 인간에게 전혀 공감이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인간이 현실에서 존재할까?" 나는 마나베 유우보다 미즈타니가 더더욱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햇다. 미즈타니의 존재는 마나베를 더 튀게 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까? 작가는 그런 의도를 가진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실패한 것 같다. 그 전에 반대의 인물의 마음이 이해가 가야 하는 것이 전제사항일텐데... 그 반대 인물인 미즈타니의 마음이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고, 이 인물이 마나베 유우에 걸맞는 적이라고도 생각이 안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주인공 나나쿠사는 정말 마나베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의 독백을 봐도 그는 단서 하나도 남기지를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기 감정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주인공이라니.. 오히려 그런 공백이 나와 같은 독자에게서 마나베 유우를 더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마나베 짜응. 나나쿠사는 널 행복하게 할 수가 없어!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일곱가지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과정에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점. 인물 간의 긴장관계가 이전 작품 [사라져라. 군청]에서 나나쿠사와 마나베의 긴장관계를 보여주었던 점과 비교하자면 구성을 매우 탄탄하게 짠 것 같긴 하지만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는 점. 사실 이런 약점들은 마나베 유우 짜응 덕에 아무 상관없이 헉헉. 대며 잘 읽었습니다!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 4권

이번 4 권의 표지는 백란과 도 씨이다. 도 씨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생각. 즉 도 씨는 뭐랄까. 좀 더 나이가 들어보여야 하고 좀 더 비굴해보이는 그런 분위기를 풍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ㅋㅋ

각설하고 첫 번째 이야기로 <오뉴월 손님>이 나온다. 여기에서는 유단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에서 친척들과의 활약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만 오뉴월 손님이란 일종의 상상이 실체화된 것이라는 설명은 맥빠지는 결론이었다. 왜냐하면 그걸 밝히기 이전에 독자에게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았으니까. 단서가 없었다면 익사이팅하게 "왓! 그거였군." 하는 맛이 없잖은가.

<인어전설>의 경우는 인어 쪽보다는 도깨비들. 특히 대감나으리(?)가 제일 독특했다. 진짜 조선시대에나 있을법한 그런 아재랄까. 또 여기서 백란이 도 씨 가문과 악연이 있으면서도 흥칫뽕 하면서 도와줄 거 다 도와주는 츤데레함은 너무 좋았다ㅎㅎ 과연 백란ㅋ

<인생 카메라>는 영화 "국제시장"이 떠올라서 별로였다. 억지스러운 감동서사를 보여주는 것 같달까.

<망량선> 이야기의 경우 흥미로웠다. 살육의 유람선이라. 허나 그 능력자 백란이 살인귀를 몰라볼 수 있나 싶어서 그 부분은 이해는 안 되었다. 작가가 후기에 세월호를 염두하고 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직 참사에 대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를 함부로 다루고 싶지 않다는 이유라고 한다. 물론 나 역시 <망량선>을 읽으면서 세월호를 떠올린 적은 없다. 무엇보다 살인귀가 배 안에서 살육을 하는 이야기이니 연상이 될 리가. 물론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정부관료와 V.I.P는 그런 살인귀보다 더 나쁘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나는 백란의 악의를 담지 않는 그 장난질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조금 그런 장난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흑요와 유단 러브러브 이루어지나요? 츤데레 흑요 너무 좋습니다. 크으...ㅠ

나만이 없는 거리

이 라노벨은 라노벨답지 않게 연쇄살인마 야시로 가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연쇄살인마 야시로 가쿠의 자기 삶에 대한 진술을 적은 노트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것의 독특함은 자신이 왜 살인마가 되었는가에 대한 상식적인 이유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명 싸이코패스인 '시리얼 살인마'의 경우 사람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교하면서 야시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단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그는 그것을 <거미줄>이라는 것을 통해 은유한다. 사람에게는 <거미줄>의 이야기처럼 보살이 내려준 거미줄이 자신에게 보이며 그리고 역시나 그 이야기와 같이 거미줄은 끊어져야 한다. 하지만 <거미줄>의 비유는 잘 이해가 안 갔던 것이 보살이 한 사람을 위해 내려준 거미줄이 밑에 다른 사람에 의해 끊어졌다는 점과 그가 어린 소녀들을 죽이는 것을 해방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슨 상관인지 이해가 안 갔다.

어쨌든 가쿠는 그렇게 거미줄을 끊어내는 역할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따라 그것을 어떤 존재의 "의지"로 표명한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지만 따라야 한다는 거시기한 설명. 하지만 이런 것이 전형적인 싸이코패스의 심리 아닌가? 이런 점이 말이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가쿠는 이 세상이 지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사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느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와 여기서 진짜 빵터졌다. 게다가 사토루의 '시간여행 가설'에서도 마찬가지로 빵터졌다. 이 소설 대체 뭐야. 어설픈 사회파 추리소설 같다. 결국 연쇄살인마가 어린소녀들을 살해한 이유가 그가 구하지 못한 소녀 때문이었다는 식으로 결말짓는 것은 정말 뜨악해버렸다. 그러니까 자기가 진짜 살인을 왜 했던 것인지에 대해 진실한 참회같은 걸 재판에서 막 진술을 하는데.. 이런 식의 감동적인(물론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장면이 재판에서 허용될리가 있나. 오히려 재판과정을 보고 있는 유족들과 관련자들에게 겁나 얻어터졌겠지... 아무튼 결말의 재판장면은 진짜 너무 3류 사회파 추리소설 같았다..

결론적으로 이달에 읽었던 최악의 작품으로 선정하고자 한다. 결말 전까지는 '의지'가 무엇인지, 그가 왜 <거미줄>이라는 것을 은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였는데 그 떡밥이 제대로 회수되지 못하고 얼빵하게 결말이 났다. 내 시간 돌려줘... 게다가... 사토루의 시간여행설은 어떤 느낌이었냐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다. 정말 간편하게 결착지어버리네.

[이관 글. 2017-02-0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