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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PASS 포스터
[그림 1] PSYCHO-PASS 포스터

2012년 후지TV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PSYCHO-PASS」 1기를 이제서야 모두 보게 되었다. 이후에 나는 이 애니에 대한 리뷰는 써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사이코패스의 세계관 - 시빌라 시스템

먼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세계관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그 세계관은 매우 독특하다. 일명 시빌라 시스템이란 것이 일본 세계를 통치한다는 설정이다.

[그림 2] 시빌라 시스템 심볼마크
[그림 2] 시빌라 시스템 심볼마크

시빌라 시스템의 특정한 기능 하나가 바로 '범죄계수'라고 하는 '사이코패스'의 측정치에 대한 것이다. 범죄계수란 개개의 인간에 대한 심층적인 심리에 대해 특정한 알고리즘 처리로 범죄의 가능성을 계측하도록 되어 있다. 한 번 사이코패스 수치가 높게 나오게 되버리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사이코패스 추정치는 매우 심층적인 심리 차원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의 형사들은 범죄계수의 측정에 기반하여 '집행'한다. 그렇다면 현대 형법체계와 비교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의 형법체계는 법의 위반이 일어났을 때에 대한 집행에 집중되어 있다. 그 외에는 대체로 사회의 공익성을 해친다거나 남을 해할 위험성이 높은 갑접적 행동(음주운전 등)에 대해서는 벌칙금 등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물론 대체로 사람을 직접 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이루어지고 나서 경찰의 조사, 검찰의 형사청구, 그리고 법원의 판결에 의해 형벌이 최종 집행된다. 즉 이런 약식과정을 보면 현대사법체계는 「PSYCHO-PASS」처럼 즉각집행이라는 것이 일어날 리가 없다. 각 기관별로 각자의 권한을 갖는 상태에서 형식적인 약식절차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선 수사권과 기소권은 수사기관은 경찰로, 처벌에 대한 청구권 등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 기관이 바로 검찰이 되겠다. 검찰조직의 존재의 필요성은 경찰조직의 수사에 대해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법적 검토와 판결 등은 법조기관이 가지고 있다. 이렇듯 '법의 집행'이란 매우 복잡하고도 분별되어 있고 기관 간에 일종의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의 형사들을 보면 약식절차도 없이 시빌라 시스템이 잠재범으로 판단하면 '즉각집행'을 한다. 물론 형식적으로 감시관과 집행관으로 구분된 팀제로 운영되고 있다. 감시관은 집행관을 관할하기 때문에 현대의 '검사'와 비슷하다. 어쨌든 이 세계에서는 형사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유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근거로 즉각집행을 하는 걸까?

바로 범죄계수이다. 이 세계에서 시빌라 시스템이 계산해낸 범죄계수는 범죄의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계측치라는 확증에 기반한 세계임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시빌라 시스템이 범죄계수의 측정을 통해 잠재범을 잡는 데에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그리고 일을 하는 그 사람의 적합성은 어떤가. 이직해야하는가 아닌가 등의 모든 인간생활에 대해 '최적해'를 언제든지 찾아내며 또한 이 시빌라 시스템의 추정치는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직업선택의 최적해를 안내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 직업을 선택하라"는 명령과도 같다. 즉 시빌라 시스템이 법이다.

요약하자면 「PSYCHO-PASS」의 세계는 시빌라 시스템 자체가 사법체계이자 통치제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세계에는 민주주의 선거제도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즉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일본에서 사는) 인간들의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빌라 시스템의 은유

「PSYCHO-PASS」를 보면서 과연 이 시빌라 시스템은 무엇에 대한 은유일까 하는 것이 첫째로 들었던 고민이었다. 물론 나 같은 빨갱이(?)에겐 이것이 명확하게 다가왔다(?). 우선 다음과 같이 「PSYCHO-PASS」의 세계관에서 구성원과 국가 간 관계에 대해 추측되는 소스들에 대해 나열해보자.

  • 시빌라 시스템은 사회구성원들의 무한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 시스템이 계측한 범죄계수가 기준치를 초과할 때 잠재범으로 분류되고 치료를 빌미로 병실에 투옥된다.
  • 시스템에 거역하는 테러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시스템이 분류한 잠재범에 해당되는 지하조직이다. 허나 잘 훈련된 국가폭력기구에 대적할 힘이 없으며 매우 미약하다.

따라서 시빌라 시스템은 사실 국가 그 자체에 대한 은유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국가는 폭력을 독점하고 있으며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도미네이터다.

크고 아름다운(?) 도미네이터
[그림 3] 크고 아름다운(?) 도미네이터

하지만 도미네이터 역시 시빌라 시스템이 계측하는 범죄계수에 종속되어 집행대상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사법체계가 없는 시빌라 시스템에서 국가폭력 역시 법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법치주의를 구현하였다고 평가된다. 즉 시빌라 시스템이란 법-권력-제도의 통합체로서의 '국가'의 은유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면죄체질자로서의 마키시마 쇼고

마키시마 쇼고
[그림 4] 마키시마 쇼고

마키시마 쇼고는 이 세계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이다. 그는 단지 단순한 살인귀이자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그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는 설정이 바로 그의 사이코패스가 항상 정상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고 하며 시빌라 시스템 역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시빌라 시스템은 그 예외적 존재인 마키시마를 자신의 시스템으로 포섭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말은 즉 마키시마가 범죄를 저지르고 연쇄살인을 해도 처벌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시빌라 시스템 자체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키시마를 눈 앞에 두고도 도미네이터로 집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통계적인 계산이라고 한다면 결국 오차는 항상 포함될 수밖에 없다. 작품의 설명에 따르면 2백만 분의 일이라고 한다. 결국 2백만 번의 표본에서 한 번의 오류가 발생 할 확률이라는 소리이다. 이러한 존재들을 면죄체질자라고 칭하고 있다. 공안국 국장 카세이 조슈가 '오차'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범죄계수 알고리즘은 베이지안 방법론에 기초한 것 같다.

자신이 면죄체질자임을 알게 된 후 쇼고의 심리는 어땠을까. 주인공 코가미 신야 형사가 말하듯 그것은 '고독감'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말에 쇼고 역시 "재밌는 말이군." 하면서 받아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마키시마가 담지하고 있는 매우 본질적인 의미를 놓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마키시마를 보며 나는 조르주 아감벤의 '호모사케르'를 호출하도록 만드는 (보수주의적인) 경고장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호모사케르란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지만 죽여도 되는 생명이다.[각주:1]

고대 로마법은 이러한 존재를 인식하는 두 가지의 배제적 관점이 있었다. 첫째로 이들은 이미 신의 소유이므로 신에게 드릴 제물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신의 영역에서 배제된다. 둘째로 이들은 공동체의 법/질서의 외부로서 규정되므로 이들을 죽이더라도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의 영역에서도 배제된다.[각주:2]

호모사케르란 관점은 특히 국가 내에 존재하는 밀입국자, 잠재적 테러리스트 등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호출하는 미국의 통치방식을 설명하는 데 특히 적합하기도 하다. 트럼프는 취입 시부터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사실 트럼프말고도 부시 대통령 역시 미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탄압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미국 보수주의의 독특한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아감벤은 이를 '생명정치'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가 이것을 말한 이유는 현대의 정치가 법에서 베재된 존재를 언제든 호출하려고 노력하며 이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서 자신들의 불법적인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물고문을 다시 도입하겠다고 나섰다[각주:3] 그는 그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미국 헌법에 저촉되는 것이라 해도 애초부터 호모사케르로서 전쟁포로,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이 지킬 필요도 없고 살해해도 상관없는 법 외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키시마 쇼고와 코가미 신야의 관계

마키시마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 위에서 나는 마키시마가 호모사케르이며 그러한 존재야말로 국가의 불합리한 폭력이 정당화하게 되는 필요조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이 면죄체질자가 존재하므로서 공안국은 발칵 뒤집힌다. 물론 2백만 분의 1이라는 오차라는 점에서 다들 예상했겠지만 과거에도 면죄체질자는 있어왔다. 이럴 경우 시빌라 시스템은 면죄체질자를 자신의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물론 비밀리에 말이다) 나는 처음에 왜 시빌라가 면죄체질자를 자기 시스템에 포함하려 하는가에 대해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일종의 호모사케르라는 논리에 기초하게 되면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호모사케르는 법의 외부이자 내부에 포함되는 모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아감벤은 이를 아포리아라고 한다)

어쨌든 이러한 존재에 대항하려면 도미네이터가 아니라 구시대의 무기인 권총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확실하다. 나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코가미 신야야말로 매우 보수적이며 현대국가의 통치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가미 신야 집행관
[그림 5] 코가미 신야 집행관

그들에게는 물고문을 해야한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들이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 미국인은 아니다. 그들은 주권자가 아니다.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런 식의 믿음이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빨갱이다. 죽여도 상관없다." 이런 팜플렛을 든 보수단체들을 보며 4.3 제주에서 서북청년단과 국군에 의하여 이루어진 학살이 나는 떠올랐다. 한국 독재자들의 호모사케르는 바로 빨갱이었다.

아무튼 작품에서는 코가미 집행관과 마키시마가 일종의 동일한 성격과 존재성을 갖는 인물상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린다. 단지 코가미 그가 면죄체질자가 아닐 뿐. 다른 건 차이가 없을 것이다. 코가미 집행관 그가 원한건 바로 시빌라 시스템이 집행할 수 없다는 그 사실에 의해 법 외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코가미는 그런 조건에 살인귀가 발동했을 것이다. (그의 사이코패스는 마키시마를 좆으면서 증가하게 되어 200 대까지 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시즌3인 영화판에서 일종의 해방군의 측에 서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내 생각엔 코가미 신야야말로 일종의 정당성을 원하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것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카네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다..

 

츠네모리 아카네와 시빌라 시스템의 관계

위에서 코가미와 마키시마가 일종의 통치에 대해 은유하고 있다면 아카네와 시빌라 시스템의 관계는 오히려 어떤 '변혁'에 대한 키워드를 대표한다고도 생각이 든다.

츠네모리 아카네 감시관
[그림 6] 츠네모리 아카네 감시관

아카네는 이 작품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그녀가 마키시마를 수사하게 되고 끝으로 갈수록 시빌라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면서 점차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시빌라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조건부로 시빌라를 유지하기로 마음먹는다. 결정은 비교에 따른 합리적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시스템이 문제가 없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반감이 시빌라 시스템이 그녀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던 것이다.

아카네 감시관은 마지막 22화에서 시빌라 시스템의 코어로 찾아가 시스템에 이렇게 선포한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 방의 전원을 내리러 올 거야. 반드시 새로운 길을 찾아내 보이겠어. 시빌라 시스템. 너희에게 미래 같은 건 없어."

시빌라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지만서도 그 결정이 "현재로서는"이라는 조건부를 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시스템을 대체할 더 좋은 시스템. 물론 그것은 시빌라가 아니라 좀 더 인민주권에 입각한 제도가 아닐까?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물론 힌트는 있다. 그녀가 마키시마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은 코가미 집행관을 설득하려고 과거의 사법체계를 다시 도입하면 된다. 조금씩 한 걸음씩 해보자고 설득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하지만 약간의 흐지부지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런 미래상에 대한 SF적 상상력은 독특했다. 하지만 SF는 일정정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사법체계가 짱이야! 라고 해서는 영 땡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어찌보면 인간이 인간을 판단한다는 것에는 여러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하물며 현대의 사법체계에서 판결된 것들 중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차라리 2백만 분의 1이라는 오차가 있더라도 시빌라 시스템은 더 좋은 체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작품이 던지는 본질적인 문제는 폐쇄적인 시빌라 시스템의 운영방식이다. 최구성이 시빌라 시스템의 코어에 들어와 그 정체를 아는 순간 감탄해하며 외쳤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이 나라는 끝장이야! 하하하"라고 하는 걸 봐라. 불안정성은 사실 시스템 내부가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조직기관에 있었음을 제대로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빌라 시스템 역시 언젠가 코어의 정체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상황이 있을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시스템의 입장에서) 조건부 중도주의자인 츠네모리 아카네를 자신들의 조건부 협력자로서 이용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바로 시빌라는 끝장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닐까. 그럼에도 아카네는 그 시스템을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매우 혁명적인 코드를 말하면서도 그 이전의 삶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해야 할까.

사이코패스 전체 인물 사진들

 

기타 할 말

  • 작품에서는 유식한 척 하는 말들이 많지만.. 대개 '비유적 설명'을 위한 떡밥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 가지 왜곡이 있다. 시빌라 시스템이야말로 막스 베버가 말한 관료의 이상적인 형태[각주:4]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막스 베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그가 마치 도구적 합리성을 더 중시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데 너무 곡해하는 것이다[각주:5]. 오히려 더 적절한 표현은 파놉티콘에 대한 비유이다. 파놉티콘은 어떤 곳에서든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인데 이는 공리주의자 벤담에 의해 창조되었고 도구적 합리성의 정의상 나는 벤담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 마키시마는 사이코패스 측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어떤 예외적인 요인이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요인을 가지고 있는 마키시마의 존재야말로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공안국 국장 카세이 조슈는 그의 존재에 대해 발설하지 말것을 기노자 노부치카 감시관에게 당부한다. 공안국의 입장에서 그 무한한 신뢰가 깨진다는 것은 국가 그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카네는 시빌라 시스템의 오차에 대해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서 발생할 사회질서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것은 시빌라 시스템에 기초한 사회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잇는 증거다. 관료조직 자체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관료조직이 의존하는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할 때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관료가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료조직은 시빌라 시스템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책임 자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카네라는 감시관 개인이 시스템의 오류를 사회에 공유하려 할 때 끼칠 영향에 대해 같이 싸워주고 연대해줄 대항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그 전체적인 책임은 아카네 개인만이 져야 하게 되는 부담이 작용하게 된다. 마키시마를 집행할 수 없다면 시빌라 시스템 외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코가미 신야 집행관과 이를 어떻게든 (과거와 같은 사법 약식절차를 다시 만들어서라도 집행하려는) 츠네모리 아카네 감시관의 대화가 그것을 보여준다. 아카네는 과거의 사법제도와 같이 약식절차를 도입해서라도 마키시마에 대한 집행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가미 신야는 그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폐쇄적인 공안국 내에서 그것을 용인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 아카네 짜응 최고예요 꺅~ 꺅~

[이관 글. 2017-04-18 작성]

  1. 조르조 아감벤. "호모 사케르: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p175. 박진우 역. 서울: 새물결 (Agamben, G. 1995. Homo sacer: Il pottre sovrano e la nuda vita. Giulio Einaudi editore spa) (2008). [본문으로]
  2. 양창렬. "우리는 호모 사케르, 그러나 저항의 가능성은 도처에 있다". 대학신문. 링크 :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53 [본문으로]
  3. 기사. "트럼프 “물고문은 효과 있어”…고문 부활 가능성 강력 시사".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780300.html  [본문으로]
  4. "이상적인 관료는 분노하지 않고. 불공평하지 않고 증오심도 격정도 열정도 사랑도 없는. 한결같이 의무를 따르는 인간" [본문으로]
  5. 선우현. "하버마스의'합리성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개념분석적 전략과 사회이론적 전략의 상층을 중심으로.". pp69. (199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