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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영국 광산노조파업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마라렛 대처 前수상일 것이다. 전국광산노조는 984~85년 1년동안 광산의 폐쇄조치, 정리해고를 밀어붙인 마가렛 대처 수상에 대해 전국적인 파업으로 대응했다. 영화 「런던 프라이드」는 이때 당시 웨일즈 지역에서 파업 중인 광산노조에 성소수자그룹인 LGSM(광산노동자를 지지하는 게이와 레즈비언)이 연대하는 이야기다.

런던 프라이드에 대한 평

이 영화에 대한 간단한 평을 하자면 꽤 유쾌하면서도 유연하게 풀어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불만이 있다면 연대하러 온 성소수자들에게 불만을 갖고 훼방을 놓으려고 하는 악역들이 너무 약한 상대였다는 것이랄까. 그래서인지 큰 긴장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는 유쾌한 방식으로 이를 풀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 대처 수상의 대처리즘은 초반부터 강인하게 나타난다. 실제 대처 수상의 한 인터뷰를 TV로 시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서 대처는 말한다.

"단호해야한다. 그것이 리더십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단호함에 의해서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고통을 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대처가 미웠으면 그녀가 병으로 사망했을 때 축제를 벌이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었어야 했을까.

중요한 것은 정리해고의 영향에 대한 평가에 대해 많은 것이 알려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받들어 모시는 특정 주의-주의 경제학-경영학자들은 그러한 대처의 단호함을 환호하기도 했고 지금도 그런 학자들이 더러 있다. 이들에겐 다른 기회비용들은 전혀 안아무인인 것 같다. 예컨대 이들은 시장의 구조, 탄광산업의 시장성의 쇠퇴기 등을 언급한다.

물론 영국 탄광산업의 특수함은 국영기업이라는 것이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쉽게 정리해고를 통해 다이어트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눈에 보이는 회계적 영리에 성과로서 바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일하는 인간. 그리고 조직에게 정리해고의 여파는 얼마나 노동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까?

김왕배&이경용(2005)[각주:1]에 따르면 구조조정 시기에 대한 여러 평가들을 통해 이것이 사회심리적 불안 요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서 사회심리적 불안 요인이란 불안감, 우울증, 자존감 저하 등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강정모&박승록(2004)[각주:2]의 연구에서는 2223개의 기업들을 조사하여 외환위기를 거친 기업들에 대해 다양한 분류별로 실증해본 결과 요소생산성의 증대는 당연히 예상가능하겠지만(인력이 감축되니까) 솔로-잔차로 계산되는 총요소생산성에 대해서는 크게 개선시켜주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여기서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투입량과 자본투입량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으로 지식, 프로세스 개선, 자본과 노동의 조합의 효율화 등의 총체적인 효율성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정리해고가 가져다주는 기업 전체에 대한 이익은 장기적으로는 높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영향들을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편향 때문에 무시하게 된다면 전반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적절한 논의들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갈등의 해결에 대한 미숙이 단호한 태도를 불렀다

대처가 계속 "단호함"이라는 말에 자신의 대처리즘의 중심에 두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는 그걸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삼성 이건희의 호통경영이라든가 한화의 조폭(?)경영이라던가 하는 판타지가 대기업에 휑휑하다고도 생각이 든다. 윽박질러서 안되는 걸 되게 한다는 식이다. 이러한 경영태도는 외환위기 이전에도 물론 있어왔다. 그것이 단지 정리해고 등에 대해 정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경영진의 호통경영이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슨 경영인가. 꼰대질인 거지.

사람과 사람의 갈등관계를 해결하는 데 주목하지 못하고 자유시장을 부르짖으며 이러한 갈등을 해소해나가는 데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니 결국 단호함과 리더십으로 그걸 포장하는 것이다. 내 생각엔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갈등의 해소를 강력한 힘에 기대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이러한 갈등 해소란 결국 우리가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설득하고 그것이 급격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노동조합이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해 투표소를 차리거나 밤새 찬반토론회를 하는 것보다 더더욱 신속하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의 영향은 매우 막대하다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외쳤던 마가렛 대처는 국가의 힘에 대한 여파가 자유시장에 개입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이와 유사한 점이다.

그것은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다. 다시는 그런 역사는 없었으면 좋겠고 그때 받은 모든 영향들은 꽤 지속적으로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싶다.

[이관 글. 2017-08-26 작성]

  1. 김왕배, and 이경용. "기업구조조정과 생존자들의 사회심리적 건강." 한국사회학39.4 (2005): 70-100. [본문으로]
  2. 강정모, and 박승록. "공기업, 재벌 및 비재벌의 구조조정 성과 분석." 국제경제연구 10.3 (2004): 235-26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