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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그! 1편

연애를 일종의 허위의식으로 보는 '반연애동맹'이라는 운동조직을 학교 내에 꾸려 활동하는 그런 내용이다. 하지만 일단 작품은 최악이었다. 작가인 시이다 주조라는 사람은 꽤 운동권 용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이를 매우 희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긴 한데 여러모로 정치적 올바름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의 관심은 단지 그런 개념들을 희극적으로 사용할 목적에만 심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타카사고는 연애와 거의 상관이 없는 평범한 고등학교 남학생이다. 어느날 커플로 가득한 시부야 거리에서 반연애주의 활동을 하는 료케의 연설문에서 "리얼충 폭발해라!"라는 말을 듣고 감화를 받아 반연애동맹에 함께 할 것을 결심한다. 참고로 "리얼충 폭발해라!(リア充爆発しろ)"(일어로 말해야 더 흥이 돋는다. 리아주바쿠하츠시로!)라는 말은 [내청코]의 히키가야 하치만이 1권 독백에서 했던 유명한 말이다.

이들은 연애가 대중의 환상, 허위의식으로 판단하고 혁명을 수행하기 위해 활동한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너무 오류가 많았다. 혁명이란 게 고작 학교라는 건물 안에서 하는 활동 가지고 "혁명"이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또한 연애라는 매우 포괄적이고 어마어마한 주제를 이런 좁은 배경에서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에러였다.

일단 작품에서는 몇몇 성소수자가 나오긴 한다. 단지 소아성애자가 등장하는데 이를 교훈적인 메세지를 전혀 보내지 않고 그냥 일종읙 경멸감을 표현하는 정도이다. 왜 그것이 일반적인 의미에서 성 지향성으로 봐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왜 소아성애자는 이 라노벨에 등장해야 했는가? 라는 작가의 의도를 전혀 알수가 없었다. 단지 캐릭터가 갖는 갭모에를 노린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작가는 도덕적으로 뭔가 잘못된 놈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여주인공 료케가 왜 그러한 반연애주의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그 맥락을 짚어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걸 일종의 부모탓으로 나오는데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부모가 바람을 피고 이혼을 한 건 잘못했다 치자. 그럼에도 그것 자체를 연애 자체로 생각하게 되는 경위에 대해 제대로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킬만큼 풀어내지 못했다고 보고 사실 바람을 핀 내용 자체로 반연애주의 활동을 했다는 것 자체는 심각한 도약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료케가 어째서 그런 소극적인 성격이 되었는가. 왜 그렇게 해서까지 사회와 대중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게 되었는가까지 풀어내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매우 흐지부지하고 어설프게 종료시킨 느낌이랄까.

단지 작품명이 사회과학 하는 나에게 친숙한 나머지 구매하게 되었건만 최악의 작품이었다. 보지 말 것. 하나도 재미없다. 다만 함께 준 마우스패드와 책갈피가 이 작품에서 얻은 유일한 매리트.

소녀전선

요새 소녀전선 시작햇습니다. 상당한 덕심을 유발하게 하면서도 게임성은 매우 훌륭한 게임인 것 같네요. 선물도 광광 주고 완전 좋음. 무엇보다 저는 HK416(흥국이)을 너무 좋아합니다.

가면의 정사

웹툰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닌데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된 웹툰이다. 사실 나는 어릴 적(?)에 동인지 BL 정도는 가끔은 사서 보는 조무래기인데.. 백합물에 대한 지식은 거의 미천한지라 어떨지 기대도 되어 보게 되었다.

일단 이 작품은 주인공 우주가 레즈비언인 기현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표방하는 것은 스릴러물이다. 일단 작화 자체가 굵은 선과 펜터치 노가다(?)가 상당히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작화 스타일이 스릴러로써는 최적이었던 것 같다. 특히 우주의 남편이 폭력을 행사할 때 나오는 처리는 매우 섬뜩해보였다.

가장 아쉬웠던 건 아마도 남편에 대한 우주의 복수극이 싸이코스릴러 답지 않게 그다지 잔혹하게 연출되지 않은 점이다. 독자로서 충분히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었으면서도 복수극의 연출은 시시했달까.

다만 작가가 1부가 끝난 뒤에야 남편 현성에 대한 의심스러울만한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사실 본편에서 왜 현성은 "좋은 남편 되기"에 집착해야 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게 만들만 했다. 또한 그가 그런 이상향에 집착하는 맥락이 잡히질 않은 상태에서 보니 B급 스릴러물 같은 캐릭터가 된 것은 조금 불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맥락들의 배치는 비교적 성공적일 수 있는데, 왜냐하면 우주가 현성에 대해 복수하는 장면에 대해 일단 악역의 화신으로써 나와야 그 감정에 어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나는 마지막에 현성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야말로 그런 감정에 배신을 일으킨 것이라 생각된다.

다른 한편. 마지막에 기현의 정체가 드러난다. 다만 나는 이것이 매우 뜬금이 없었다. 그러할만한 정체에 대한 소스는 충분히 작품에 잘 배치해두었긴 하고 독자를 충분히 준비시켜두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또 다른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왜 기현은 그런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 이것은 다음 시즌을 위한 소스에 불과할까. 1부 수준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부당할 것이다.

[이관 글. 2017-09-0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