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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제고에서 일어난 골격표본 추락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연구부와 그들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일상추리물 라이트노벨이다. 라이트노벨 치고 매우 수수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도 거의 없으며 무엇보다 라노벨이 대체로 보이고 있는 모에함도 없는 작품이다. 누구든지 읽을 수 있을만한 라노벨이다.

일단 라노벨의 추리물들은 대개 똑똑한 탐정 주인공에 대해 갭모에를 중심으로 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탐정 주인공인 소라타에게는 그런 갭모에는 없다. 단지 그냥 평범한 우등생에 국제이과반의 인물 정도이다.

또한 추리소설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각 인물들의 관점을 챕터별로 풀고 있다. 즉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여러 인물들이 조사하는 내용들과 경험들을 짤막한 챕터별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런 건 미스테리물이 자주 보이는 장치이긴 하지만.. 아주 단순한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전개하는 방식에 유용하겟으나 이런 추리소설에 적합한 장치일지는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보통 이런 방식은 독자에게 혼란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리를 할 주인공 소라타가 각 인물들이 겪은 일들을 다시 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또 반복하거나 언급을 해두는 귀찮은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개속도가 느려서 지루하게 받아들이기 쉽상일 것 같다. 내 생각에는 탐정 주인공의 1인칭으로 풀어서 추리의 과정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독자도 추리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줄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미스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각 인물들의 관점에서 풀 때 토모키/키이/유카리/히비키라는 인물들의 개성이 토모키 말고는 구별이 어려웠다는 점. 예컨대 키이와 유카리, 히비키의 관점에서 서술된 부분들은 말투와 생각들만 볼 때 그녀들의 성격과 어떤 인물에 대한 호감이 있는 상황인지, 어떤 버릇이 있는지 등으로 좀 구별이 갔으면 하는데.. 그렇게 안했다. 유카리는 확실히 구별되긴 한다. 문예부이자 문학을 좋아하니 그와 관련한 아야코 선생님에 대한 덕질을 나타내는 부분이야 확실히 구별은 간다. 하지만 다른 인물은 도무지 그게 잘 와닿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점차 그들이 조사에 착수하는 내용으로 전개되기 시작할 때부터 사실 누가 누구에게 조사를 하러 찾아간다는 필연성이 없어서인지 왜 그들이 그에게 가서 말을 걸어야 했는가?에 대해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차라리 어떤 암묵적인 파벌을 만들어서 히비키는 그 아이한테 가서 얘기할 수 없는데 키이는 그 아이와 무엇때문에 친하니 한 번 키이가 가서 조사하는 건 어떨까. 뭐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누가 하든 상관없는 조사로 설정되서 개성이 무척이나 떨어져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래서인지 소라타의 마지막 추리는 뜬금포 작렬이다. 독자에게 어느 정도의 소스를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고 일종의 '반전'을 위한 장치로 교묘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게 좀 열받았다.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라 그냥 미스테리물이라고 해야 할까?

한 가지 지적할 문제가 있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문제가 여기에 등장하는데 그 피해자의 어떤 복수심에 의한 작은 행동이 있다. 이것이 결국 제3자에게 피해를 주긴 했지만 리벤지 포르노에 의한 피해는 더 크고 형법상으로도 구속감인 일인데 ... 이 일이 그저 연애의 치정극의 요소 정도로 풀어가고 있고 이런 무거운 중죄가 있음에도 모든 가해자들을 동등하게 벌을 내린 것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오히려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놈이 정학을 먹었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마지막은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정리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괜찮았다. 밋밋하고 일상물다운 편안한 소설이랄까. 특별히 스펙터클이랄 것은 없다. 그 밋밋함이 사실 더 정다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사야 선배가 만들었다고 나온 영화 <Spend time together>는 너무 좋았다. 여기에 깔리는 음악은 여행스케치의 "왠지 느낌이 좋아"를 흘려보낸 후 마지막 골격표본이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순간 현실의 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누군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

[이관 글, 2017-10-03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