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마르크스주의는 실패의 역사를 밟아왔다. 누군가는 사뮤엘 베케트의 "다시 시작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를 인용하곤 한다. 자주 오해되곤 하는 이 말은 사실 성공에 이르게 하기 위한 실패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망가진 기계덩어리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지젝은 사회적 무의식이 그런 체험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것은 속편한 주장일지도 모른다.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아기까지 버릴 지 그 운명을 누가 알겠는가? 이러한 부정의 정치철학에서 벗어나서 비데&뒤메닐의 서문을 대조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의 자기비판이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가 결코 스스로 그 자신과 거리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심상히 생각해보면 망가진 기계가 되고..

엘스터(1985)를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계기는 바로 마르크스주의 역사이론에서 방법론적 개인주의 혹은 방법론적 개체론의 도입에 대한 흥미 때문에 시작되었다. 분석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엘스터는 분석마르크스주의의 대표적인 학자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염두해야 할 사실은 분석마르크스주의는 어떤 일관된 프레임을 갖는 학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학파는 코헨(2000)의 연구에 감화받은 학자들이 코헨을 필두로 연구모임을 갖은 것이 시초였다. 존 로머, 에릭 올린 라이트, 욘 엘스터, 쉐보르스키 등이 이 연구모임에 참여했으며 브레너, 파리스, 바르단, 벤, 슈타이너 등이 참여하여 "No Bullshit Marxism Group"이라는 표어를 사용하였고 로우머의 선집 Roemer(1986)를 통해 '분석적 마르크..
이 글은 문혜림(2014)의 논문에 대해 후기를 쓸 겸 작성되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계급론은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의미한다. 1. 계급죽음 논쟁과 계급론의 추상수준에 대한 문제 계급죽음 논쟁은 4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문혜림이 1차부터 4차로 구분한 것들을 일일이 여기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직접 읽어보라) 여기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보았던 추상수준에 대한 문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계급죽음 논쟁은 니스벳(1959)에 의해 출발한다. 그는 미국 사회가 계급사회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펼쳐 계급죽음 논쟁을 촉발시키게 된다. 하지만 서구 사회의 대부분에 한해 봤을 때, 특히 미국의 경우, 계급 개념이 대개 사라졌다. 부와 권력, 지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용한 조사는 현대 ..

일드 도망부끄 소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무급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잘 묘사하고 있는 일본드라마이다. 주인공 모리야마 미쿠리는 심리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견사원으로 취업하여 일하다가 계약만료를 당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지 고민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사 일에 재미를 느낀다는 점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주인공이자 S/W 엔지니어인 츠자키 히라마사의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지 않겠느냐고 아버지에게 제안 받아 일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사건이 발생한다. 미쿠리의 부모님들이 매우 먼 시골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고 그 시골 생활에 자신이 버틸 수 없을 거란 걸 느낀 미쿠리는 츠자키와 계약결혼을 하고 가사노동에 대한 서비스로 소득..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저는 할 말이 없네요 ㄷㄷㄷ 그래서 그냥 하나마나한 소리를 해봅니다..공산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낙관에 대해서요 ㅋㅋㅋㅋ 노동은 이제 더이상 하나의 생산요소로 보기 어려울만큼 실제 생산과정에는 미미한 양만 들어간다. (...) 직접노동이 더이상 부의 원천이 되지 않게 됨에 따라 노동시간도 더이상 부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 (...) 이제는 잉여노동의 확보를 위해 필요노동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노동을 전반적으로 최소한의 수준까지 축소시켜 획득한 자유시간을 개개인의 개성을 자유롭게 발전시키고, 개인의 예술적, 과학적 발달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자본은 움직이는 모순 그 자체이다. 한가지 재밌는 건 과학기술에 의해 노..
프레이저와 하버마스낸시 프레이저의 "전진하는 페미니즘"을 읽다가 가사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이전에도 생각했던 내용을 끄적여본다.프레이저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범주 프레임이라는 것이 있다고 언급한다. 즉 상징적 재생산과 물질적 재생산의 구분이 그것이다. 이때 자녀양육의 과정을 상징적 재생산, 임노동과 같은 과정을 물질적 재생산으로 구분한다고 한다.이(인용자:하버마스)에 따르면 둘 중 어느 한 가지가 ㅂ베타적 혹은 우선적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노동 영역을 구성하는 행위와 실천은 그에게 물질적 재생산 활동으로 간주된다. (...) 그와는 대조적으로 가내 영역에서 여성들이 무임금으로 수행하는 자녀양육 행위와 실천(괄호 생략)은 상징적 재생산 활동으로 간주된다. 그의 관점..

이 글은 제럴드 앨런 코헨의 "생산력 우위 태제(이하 )"에 대한 소개를 위해 기획한 시리즈이다. 코헨의 논의들을 요약하기는 매우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그의 논의들을 여러 시리즈로 나누게 되었다. 이는 나의 올해 2017년의 학습계획 중 하나로 손꼽은 것이고 나에게 이를 정리할 시간이 주어졌으므로 를 검토한 내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글로서 생산력 우위 태제 시리즈는 끝난다. 이 글은 코헨(1981)에 나오는 제 8장 토대와 상부구조, 권력과 권리(p369-414)에 대해 정리 및 노트한 것이다. 서론 여태까지 우리는 생산력과 경제구조, 그리고 생산력 우위 태제에 대해 소개해왔다. 그러나 또 다른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주장은 바로 상부구조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1..

이 글은 제럴드 앨런 코헨의 "생산력 우위 태제(이하 )"에 대한 소개를 위해 기획한 시리즈이다. 코헨의 논의들을 요약하기는 매우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그의 논의들을 여러 시리즈로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2부에 종료되는 건 아니고 좀 더 논의할 게 많을 것 같다. 어쨌든 이는 나의 올해 2017년의 학습계획 중 하나로 손꼽은 것이고 나에게 이를 정리할 시간이 주어졌으므로 를 검토한 내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은 코헨(1981)에 나오는 제 6장 생산력의 우위(p253-308)과 제 7장 생산력과 자본주의(p309-367)에 대해 정리 및 노트한 것이다. 1. 서론 1부에서 이미 다루었듯이 는 생산력이 경제구조에 대해 상대적으로 설명적 우위에 있다는 태제이다. 이는 생산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