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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경제학사 세미나 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은 바로 던컨 폴리의 [자본의 이해]이다. 여기서 폴리는 오키시오의 "실질임금 일정 가정"과 자신이 지지하는 "화폐임금 일정 가정" 사이에서 실질임금 일정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느정도 반론을 제시하고자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우선 폴리의 언급을 살펴보자.

자본축적의 특징적 양상이 노동력의 가치 하락 및 착취율의 상승과 동시에 나타나는 실질임금의 증가이므로 오키시오 정리는 현실 자본주의 경제의 경험과 그다지 큰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실의 자본주의 경제는 기술 진보 과정이 이윤율을 높일 것인지 낮출 것인지 선험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실질임금 불변이라는 (즉, 자본가가 기술 진보의 열매를 모두 전유한다는) 매우 극단적인 강한 가정만이 오키시오의 결론을 낳을 수 있다.[각주:1]

현실 경제를 관찰하면 실제로 실질임금은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된 경제현상 때문에 오키시오의 가정이 불합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  오키시오 정리에서 가정된 "실질임금 일정"이 현실경제에서 관측되어야만이 이 가정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키시오 정리의 대우명제는 "이윤율이 만약 저하하였다면 그것은 실질임금이 상승했기 때문이다"가 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각주:2]. 바꿔말하면 실질임금이 변한다고 해서 오키시오 정리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 물론 기술변화 시 실질임금이 일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기술변화와 실질임금은 동시에 변동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키시오 정리는 실질임금 일정 가정을 한다. 왜 이런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는걸까. 오키시오 정리는 기술변화 시 실질임금을 고정시킬 때 잠재이윤율이 적용되는 신-균형과 구-균형을 비교한다. 따라서 오키시오 정리의 분석관점은 비교정태분석이 된다. 따라서 애초부터 실질임금 일정 가정이 현실적인 가정이냐 하는 것은 비교정태분석의 관점에서 불필요하다. 단지 두 개의 균형상태를 비교하는 목적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이슈는 정리의 결론이다. 즉 정리가 현실적인 의미를 얻으려면 구-균형애서 신-균형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생산가격이 양의 이윤율을 담보하는가이다. 만약 균형을 믿지않는다면 정리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의 생산가격 개념과의 비정합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않나싶다. (추후 오키시오가 별세하기 전에 했던 작업인 양의 이윤율을 담보하는 생산가격 논의를 소개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대강의 정리가 되는대로 소개할 계획이다)

 

  •  화폐임금 일정에 대한 가정은 물론 현실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류동민(2006)[각주:3]에 따르면 오키시오 정리는 실질임금 일정 가정을 "노동자들의 효용수준 일정 가정"으로 수정할 경우 신-제품의 도입. 즉 제품혁신의 경우[각주:4]로까지 일반화되는 데 반해, 폴리의 "화폐임금 일정 가정"은 이에 대해 일반화될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이 도입되고 시장에 받아들여진다면 화폐임금이 일정하다 하더라도 새해석이 주장하는 화폐가치는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력의 가치가 감소하고 이윤율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기술변화 모형에 있어서 화폐가치 일정은 일반화된 가정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  나도 류동민의 생각에 동의한다. 실질임금의 변동은 자본량과 노동인구수의 물리적인 비율인 기술적 구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는 산업예비군을 증대시키고 (마르크스의 생각과 같이) 실질임금을 하락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윤율저하경향이론은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가 아니라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각주:5]. 첫째로 기술적 구성. 둘째로 산업예비군, 셋째로 (단기적인 문제로) 노동의 수요-공급 상태이다. 나는 이러한 측면이 정확하게 주류경제학의 노동경제학과 대척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그러나 오키시오 정리를 따른다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는 논리는 기각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이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상관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벤 파인은 오키시오 정리를 마르크스의 생각과 다른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각주:6]. 맞는 말이지만 이에 대해 오키시오도 해명했듯이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가설이 정말로 마르크스경제학에서 중요한 이론적 토대인가, 그것이 기각되면 모든것이 무너지는 것인가를 물을 수 있다. 그의 생각처럼 나 역시 그런 정도로 중요한 이론적 토대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기각되고 오키시오 정리로 대체되더라도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이윤율저하이론을 다룬다는 점[각주:7]에서 그것이 마르크스경제학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만 빼고는 아예 상관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는 것이다.

 

  •  이건 벤 파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미나에서 보조자료로 벤 파인의 논의를 참고했고 이에 대해 세미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바도 있다. 그래서 약간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어서 여기다 남긴다. 마르크스는 가치구성이 기술적 구성을 반영하는 것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에 기초하여 벤 파인은 유기적 구성이란 추상수준의 높은 수준에 위치한 개념이며 따라서 이윤율의 저하하든 상승하든 그 현상 자체는 유기적 구성의 추상수준의 차이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각주:8] 이렇게 말하게 된다면 벤 파인의 자본의 유기적 구성 개념은 일종의 도그마라고 생각된다. 이 도그마를 승인해서 어떤 이득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공황론 부류에서 이정도로 세련된 해석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데는 주저하고 있다.
  1. Foley, D. K. (1986)."Understanding capital: Marx's economic theory". Harvard University Press. (국역본)"자본의 이해". p225. 유비온 [본문으로]
  2. Nakatani, T & Hagiwara, T. (1997). "Product Innovation and The Rate of Profit". pp41. Kobe University Economic Review, 43: 39-51 [본문으로]
  3. 류동민. (2006). "오키시오정리에 관한 연구". p4. 경영경제연구, 29(2), 1-10. [본문으로]
  4. Nakatani, T & Hagiwara, T. (1997) 위의 논문. [본문으로]
  5. Himmelweit, S. (1974). "The continuing saga of the falling rate of profit—a reply to Mario Cogoy". In Bulletin of the Conference of Socialist Economists (Vol. 9, pp. 1-6). [본문으로]
  6. Fine, B., & Harris, L. (1979). "Rereading capital" (No. 04; HB501. M37, F5.).(국역본)"현대정치경제학 입문. p83. 역자 김수행. 한울총서. [본문으로]
  7. 置塩信雄. (1961). "Technical changes and the rate of profit". pp96. Kobe university economic review, 7, 85-99. [본문으로]
  8. Fine, B., & Harris, L. (1979). 위의 국역본 책. pp7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