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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탈린이 죽었다!는 스탈린 사후 권력 암투를 블랙코미디로 다루는 영화이다. 역사적 사실로 보면 스탈린이 사망한 53년 3월부터 스탈린의 심복이자 비밀경찰(NKVD)을 지휘하는 베리야가 처형당하는 12월까지의 일인데 숨쉴 여유 없이 매우 빠르게 전개시킨다. 그 과정동안 무척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탈린 사후 순식간에 이런 권력암투과정이 있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는 9개월동안 일어났던 일인데 그만큼 쓸데없는 과정을 잘 생략한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식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조국에 대한 애국심보다 기만적인 인상을 더 많이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만성을 좀 거둬내고 당시 이 정치인들이 스탈린 사후에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상당히 위급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NKVD를 지휘하면서 스탈린의 대숙청을 지휘했던 베리야가 실권을 잡을 수 있던 상황에서 이들은 총살은 고사하고 명예도 훼손되었을 것이다. 누구든 죄를 뒤집어 씌워 총살하던 시대였다. 그때가 정치인들에게는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스탈린이 죽으면 숙청을 완화하거나 없애고 싶었을 것이다. 공포 정치 이후 개혁은 공포정치에 참여한 인물들을 숙청하고 내부 단속을 완화하는 식으로 나타나지 않았던가.
다만 아쉬운 점은 베리야 사후 후루쇼프의 급격한 캐릭터 변화이다. 그런 처리는 오히려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가 실권을 쥐게 된 배경은 NKVD의 시민발포가 발단이 되어 우연하게 정세가 뒤집어진 것이었다. 그 우연성의 결과는 최고권력자가 된 후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는데, 어찌보면 이것도 감독이 원한 구상일 지도 모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니깐.
영화를 보면서 스탈린의 후손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베리야가 실권을 잡았다면 그나마 기존에 누려왔던 삶을 보장받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뭐랄까. 당시 러시아인들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생각해보면 이런 캐릭터성은 너무 미국적인 코믹함으로 치장한 느낌도 든다.
나는 오히려 메탈기어 솔리드의 러시아 캐릭터들이 더 사실에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라는 이념보다 애국심이 러시아를 움직인 원동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탈린의 죽음은 아마도.. 지금의 김일성의 죽음에 맞닥뜨린 북한인민들의 입장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실권을 쥔 후루쇼프가 스탈린 격하 운동을 지휘했을 정도니 말이다. 북한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 무너진 것은 바로 이런 신격화가 무너지거나, 또는 더 핵심적으로는 당의 분열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추측은 뒤메닐-비데가 중국-북한 사회주의가 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관료주의를 내세웠다는 분석을 생각해보면 더 분명해보이기까지 한다.
참고로 나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를 어떤 국가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것에 반대한다.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권력을 가진 관료-조직을 강화시키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 결과가 중국공산당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보고 참 소련에 대한 여러 생각이 스쳤다. 가장 성공적으로 "잘 실패한" 최초의 사회주의 이념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관 글. 2019-05-0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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