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동안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은 노동가치를 가격결정 이론으로 인정되도록 하기 위하여 전형 문제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미 해결인 상황이다. 이 상황은 여전히 마르크스 경제학이 공격받을 만한 약점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해보려는 입장들은 이를 정면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을 뺀다면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철학적 해석으로 이 문제에 대해 회피하려는 입장, 다른 하나는 전형문제를 일단 보류하고 분석적 이점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전형문제라는 것이 없다는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 예로 전형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사드-필류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전형이 생산가격의 결정에 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자본량에 따라 잉여가치가 배분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재정의를 내리고 있다[각주:1]. 물론 나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잉여가치 배분 후에 비용가격을 재전형해 줘야 한다는 매우 전통적인 비판에 대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보르드키비치[각주:2]가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자본" 3권에서 마르크스가 먼저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후자의 경우 새해석이 가장 적합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새해석은 잘못 알려진 점이 있지만 전형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단지 새해석은 (전형문제와 상관없이) 거시적으로 생산된 순 부가가치와 지출된 총 노동량 사이의 비율이 안정적이라는 가정 하에 가치론에 입각해 이론적으로든 실증적으로든 분석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각주:3]. 던컨 폴리는 이 비율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먼저 통계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였다.

후자의 경우 이를 통해 마르크스 경제학의 분석적 이점을 강조하는 방향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오해가 없기 위해 반드시 먼저 해명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전형 문제라는 정합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설명력의 발전보다 덜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둘 중의 어느 게 더 가치가 있느냐는 누가 결정하는가?
물론 나는 정합성과 현실설명력 그 자체의 중요성을 자의적으로 선택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정합성을 대표하는 구체적인 문제인 전형 문제의 해결이 마르크스 경제학에 상당히 많은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할 뿐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전형문제가 일단 해결되었을 때를 가정해보면 된다. 그렇게 된다 해도 노동가치가 상대가격 결정이론으로 바로 인정받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노동가치이론의 정합성을 해결한 것이지 가격결정이 실제로 추상노동인지 희소성인지 입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형 문제라는 약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음에도 그것이 해결이 안 된 것은 분명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분명할 것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잘못되었다는 것이 노동가치이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찌 보면 그동안 연구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암묵적 가정이 잘못일 수가 있다. 그것을 지적한 것이 바로 TSSI(시점간 단일체계)이다. 이 해법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많은 부분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전형 문제가 가치와 가격의 이원체계에 있음을 정확히 지적했다. 단일체계 안에서는 전형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주었다. 따라서 사실상 정합성의 문제는 앞으로 TSSI에서 일정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희망한다.

이러한 정합성을 해결하는 분야와 현실설명력을 발전시키는 분야는 따로 나뉘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들에 대한 작업은 한 두 사람의 연구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분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 분야가 각각 발전하면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노동가치이론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목적은 결국 자본축적의 동학, 계급투쟁, 산업예비군의 형성 등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취지에 입각하여 정합성 문제를 일단 잠정적으로 보류하더라도 이러한 현실설명력의 측면에서도 유용한 분석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각주:4].

노동가치이론이 주류의 이론보다 더 좋다는 것을 전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노동가치이론의 분석이 주류와 다른 유용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쓸모 있고 실용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한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하자면 가치실체를 노동으로 둔다는 가정이란 게 다른 가정들과 비교하여 어떤 분석적 이점을 제공하는가를 우리가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결과적으로 이것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 것인지 보여주는 방식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한다. 이런 점은 전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전한 글. 2015-02-24 작성]

  1. 알프레드 사드-필류. 7.2장 가치에서 생산가격으로. "마르크스의 가치론". 책갈피 [본문으로]
  2. Bortkiewicz, L. von. 1952. Value and price in the Marxian system. International Economic Papers 1952(2), 5-60. [본문으로]
  3. Gérard Duménil and Duncan Foley, "The Marxian Transformation Problem", The New Palgrave Dictionary of Economics, Palgrave, Macmillan, 2006 [본문으로]
  4. 류동민. "전형문제의 분석적 함의와 자본축적의 동학". pp160. 이론 1995년 봄/여름 (통권 11호), 1995.5, pp159-18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