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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가격에 대한 단순한 설명

전형 문제를 모르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전형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설명해볼까 한다. 그러려면 먼저 생산가격이 무엇인지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이 가능한 건 바로 시장가격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달동안 농산물의 하나인 무 가격의 변동에 관해 관심이 있어서 이를 관찰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한 달동안 무의 가격은 상당히 요동을 치는 것이 아닌가.

출처: 농업관측센터 관측정보 < 가격동향 < 무 가격&반입량 - 농업관측센터 (krei.re.kr)

이러한 요동은 사실 무의 희소성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서로 다른 힘들이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과잉수요, 어느 날은 과잉공급이라는 희소성의 질적 차이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동되기도 한다. 만약 희소성이 시간에 따라 일정하다면 안정적인 변동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무 가격의 추이 그래프에서 2~3월만으로 축소한 경우의 그래프. 범위를 줄이게 되니 시간에 대해 안정된 형태를 보인다.

 

물론 현실에서 희소성은 항상 다르다. 또한 많은 외생적인 요인이 존재하므로 무의 입찰제도, 날씨, 자연재해 등이 그날 그날 다를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우리는 시간을 t=30 즉 한 달 범위로 설정하였으므로 날씨와 자연재해, 그날 그날의 입찰정책에 대해 일반화 하기가 어렵다.

 이번에는 $t=365$, 또는 2년, 5년, 10년까지 범위를 확장해보자. 우리가 물가의 변동요인과 정책에 따른 변동, 그리고 자연재해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면, 무의 가격은 어떤 기준점 주위에서 변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가락시장에서 무 경락가격(원/20kg) 그래프의 모습. 기간을 누적시킬수록 가격 변동이 어떤 장기적인 기준점으로 수렴되는 추세를 볼 수 있다. 눈대중이긴 하지만 전년 데이터라면 ARIMA(1,0,1)로도 충분히 자기상관계수가 빠르게 0으로 수렴할 것 같다. 출처 : 한국농수식품유통공사. "5월 수급정보조사". p3. 23년 5월호.

이것이 아담 스미스로부터 유래한 고전파 경제학의 "자연가격" 또는 "생산가격"이라 할 수 있다. 아담 스미스는 산업자본의 경쟁과 자본의 이동 요인에 의해 장기적으로 모든 상이한 산업들이 평균이윤율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마르크스 역시 받아들였다. 만약 산업들이 얻는 개별가격들이 비용가격에서 평균이윤율을 곱한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생산가격이 되는 것이고 시장가격은 그 주위에서 변동하는 것이다.

가치의 생산가격으로의 전형

그런데 문제는 평균이윤율을 모든 자본이 얻는다고 가정하는 생산가격체계와 그런 요인이 영향을 주지 않고 순전히 사회적 필요노동을 나타낼 뿐인 가치체계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가가 하나의 쟁점이 되는 것이다.

관측/비관측 그리고 정성/정량의 관계를 통해 본 가치론 대상들의 관계도. 출처 : Park, Hyun Woong. 2019. pp129. &ldquo;A Review of the Macro-Monetary Interpretation of Marxian Labor Theory of Value *. MARXISM 21 16(1):125~149.

이를 "가치의 생산가격으로의 전형"이라고 한다.[각주:1] [각주:2] 마르크스가 이를 중요하게 생각햇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마르크스는 자신의 해답을 스스로 "1차적 근사"라고 했을 뿐이었다.[각주:3]

일명 통틀어서 말하는 "전형 문제"란 이 두 체계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냥 다른게 아니라 전혀 다른 이원체계를 가정하는 이상 모순없이 두 체계를 연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형 논쟁의 요지이다.[각주:4] [각주:5]

전형 문제와 단일체계

그런데 전형 문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들이 존재하긴 한다. 즉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를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가격체계를 연결하는 문제가 가치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암묵적 가정은 무엇인가?

하나의 가정은 가격체계의 논리 따로 가치체계의 논리 따로라면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치체계 그 자체의 정합성은 지켜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결국 가치체계와 가격체계를 이원체계로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격체계에 대해서는 가격체계에 맞는 이론이 필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남는다. 라이트(2000)[각주:6]의 착취 정의와 같이 피착취자의 후생 감소가 착취자의 후생 증대로 인과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이원론은 분명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실제 경제는 가격으로 교환되고 우리가 국민총소득이라는 관측가능한 가격정보를 통해 노동이 착취된 결과라고 할 수 없으므로 역시 가치체계도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가정은 가치체계와 가격체계를 애초부터 서로 다른 체계라 전제한 후 연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말고 단일한 체계로 정의하는 연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각주:7] [각주:8] 가치체계와 가격체계를 단일한 체계로 생각한다면 전형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가치와 가격 체계를 이원론으로 받아들인다면 전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단일한 체계로 받아들인다면 "전형"은 필요하지 않다. 이런 장점(?) 때문인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단일체계를 받아들인다.

전형문제가 아니라 단일체계의 문제를 해소함이 먼저다

말 그대로 최근의 연구들은 단일체계 자체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들을 해소하는데 연구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일체계로 전형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단일체계라고 말하는 연구자들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고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골치아픈 "생산가격" 체계이다. 생산가격 논의는 결국 균형가격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렇게 될 때 산출량 체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주:9] 이런 문제의 솔루션인 이원론에 입각하는 선형생산모델을 마경에서 제거하기 위해 모슬리(2019)[각주:10]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나는 이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전형 문제는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생산가격이라는 골치아픈 개념들을 끌어안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슬리는 가치론의 장점으로서 "개별가격의 설명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무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각주:11] 자세한 단일체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도 몇몇을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여기서 글을 줄일까 한다.

[이관 글. 2015-04-15 작성] [최종수정일 : 2023-06-18]

  1. Böhm-Bawerk, E. von. 1890. Capital and Interest. New York: Kelley and Millman (1957). [본문으로]
  2. Bortkiewicz, L. Von. 1907. “Value and Price in the Marxian System.” translated by J. Kahane. 1952. in International Economic Papers, No. 2. [본문으로]
  3. Gérard Duménil and Duncan Foley, "The Marxian Transformation Problem", The New Palgrave Dictionary of Economics, Palgrave, Macmillan, 2006 [본문으로]
  4. Samuelson, P.A. 1971. Understanding the Marxian Notion of Exploitation: A Summary of the So-Called Transformation Problem Between Marxian Values and Competitive Price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9(2), 399-431. [본문으로]
  5. Morishisma, M. 1973. Marx's Econom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본문으로]
  6. Wright, E. O. (2000): “Class, Exploitation, and Economic Rents: Reflections on Sorensen’s ‘Sounder Basis’,” Th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05, pp. 1559-1571. [본문으로]
  7. Moseley,F.andM.Campbell,(eds),(1997),NewInvestigationsofMarx'sMethod,HumanitiesPressInternational,Inc. [본문으로]
  8. 김창근,(1999),「전형문제에대한비이원론적접근」,서울대학교석사학위논문 [본문으로]
  9. Park, Hyun Woong. 2019. “A Review of the Macro-Monetary Interpretation of Marxian Labor Theory of Value *.” MARXISM 21 16(1):125–49. [본문으로]
  10. Moseley, Fred. 2019. “Another Reply to Park Given Real Wage and Endogenous Output Are Not Consistent with the MMI *.” MARXISM 21 16(4):170–82. [본문으로]
  11. Moseley, F. 2011. pp99. ”The Determination of the “Monetary Expression of Labor Time” (“MELT”) in the Case of Non-Commodity Money.” 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 43(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