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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KAIST 소식지(2012)에서 수리물리학을 소개하는 이지운 교수의 소개글 1을 읽게 되었다. 과학자의 직관, 또는 경제학자의 추상방법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들에게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소개한다. 2
물리학은 다음과 같은 발전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연 현상을 관측하여 몇 가지 법칙을 얻어내고, 기본이 되는 법칙으로부터 새로운 법칙을 이끌어내어 이를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그러다가 자연 현상과 어긋나는 부분이 발견되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수리물리학이란, 앞에서 설명한 물리학의 발전 과정 중에서, 기본이 되는 법칙으로부터 새로운 법칙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엄밀히 따져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물리학자들은 엄밀히 따져보지 않은 법칙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한 수리물릭학자의 대답은 '예'이다. 그리고 이 점이 이론물리학과 수리물리학을 구분짓는 가장 커다란 차이점이다." 3
마르크스 경제학도 이러한 수학적인 증명들을 통해 엄밀함을 추구할 수 있었기도 하다. 바로 오키시오와 모리시마에 의해 정리된 마르크스의 기본정리, 그리고 오키시오 정리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기본법칙에 대해 수정하기도 하고 방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많은 발전이 있어오지 않았나한다.
경제의 가상모델을 수리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설명을 쉽게 하려고, 단순하게 하려고 하는게 아니다. 그것은 엄밀하게 어떤 명제에 대해 참 또는 거짓을 판별하기 위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마르크스는 철학 전공자로써 그런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는 분명 그런 필요성을 인식하고 미적분을 공부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로써 경제학에 수리적 도구를 응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이었던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직관과 통찰에 의존하여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에 의존했던 것이다. 4
그런데 이미 수리적 도구와 통계기법이 발전한 현대에까지 직관과 통찰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나는 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사회과학의 과학적인 도구들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고 주류경제학도 이런 도구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그런 도구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마당에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지운 교수가 말한 바 있지만 과학자들은 현상을 설명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합성을 검증하는 것은 덜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과학자들은 정합성을 검증하는 것을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 경제학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자는 그리 많지도 않고 그런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연구자 역시 찾기 어렵다는 어려움들이 많다. 그럼에도 마르크스 경제학은 앞으로 그것을 더더욱 추구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의 희망사항이다. 사실 직관과 통찰은 경제학 하는 사람보다야 정치철학자들의 종특인 것 같다. 일단 직관과 통찰들을 줏어서(?) 보기좋게 깔끔하게(?) 만들어놓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긴 한다.
다른 분야의 얘기이지만 특히 가라타니 고진이 그렇다. 그의 통찰력은 초기에 무척 훌륭했지만 결국 반대 논거들을 박살내지 않는다면 그가 죽으면 통찰도 죽게 될 것이다. 그가 노년에 이르러 역사적 근거를 찾는데 매진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런 위기의식을 느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르크스도 말년에 이르러 수학공부를 하려고 했었다. 왠지 그건 적들을 설득하고자 한 것 아닌가싶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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