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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와 노동력의 가치
노동과 노동력의 구분이라는 마경의 중대한 폭로전략은 이제 현대의 최저임금 논의에서 어느 정도 구현된 거 같다. 고용자의 대변인인 경총도 이젠 노동자의 재생산 문제라는 프레임에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다시 스물스물 나오는 것이 바로 "업종별 최저임금제". 즉 임금이 노동력의 가치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라는 프레임으로 우회하려는 느낌이 다분하다. 1
최임 업종별 차등적용 시 영향에 대한 간단한 분석
하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을 너무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이동과 자본 이동을 유인할 수 있다. 이는 알다시피 이윤율의 균등화과정과 상통한다. 차등적용된 업종의 노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 요식업, 숙박업은 최종재이면서 투입재이기도 하므로 (그림1) 투입-산출연관을 생각해보면 다른 산업들이 이득을 얻게된다.
즉 만약 음식업, 숙박업 업종만 차등으로 최저임금을 낮추어 비용이 낮아지며 이윤율 균등화과정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알다시피 「오키시오 정리」에 따라 균등이윤율이 올라간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2
허나 이는 선형생산모형으로 경제를 단순하게 볼 때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투입산출연관에서 음식업, 숙박업은 최종재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 업종의 단기이윤율은 임금소득으로 소비하는 쪽의 구매력에도 의존하기 마련이다. 이들 중 일부가 구매력이 낮아진다면 그만큼 부분적인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산업간에는 균등이윤율 상승에 의한 이득이 나타나지만 임금 하락이 이어지면 포스트케인즈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이 단기적으로는 수요에 의한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자연적 신체를 갖는다
최저생계계층에게 낮은 생계비로 생활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최저생계비라는 이슈도 간단하지 않다. 누구든 꽤 낮은 예산선에서 가능한 한 최저생계비의 필수재 바스켓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기근의 역사가 그것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런 극단적인 경우 (당연하게도) 사망률이 높았다는 정도로 물리치고자 한다.
사실이 이렇다면 저임금을 허용한 고용이라도 허용해야 무소득인 궁핍한 상태보다 낫지 않은가 하는 의견이 있다. 우리는 최소한의 필수재만을 얻는 어떤 삶의 하한을 알긴 어렵더라도 보통의 소비생활과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상상하기는 쉽다. 이런 평균적인 삶에는 어느 정도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하자. 즉 거창하게 말하면 "인간다운 삶" "존엄을 유지하는 삶"이라고 해보자는 거다. 이런 삶을 영위할 권리가 없는 이들은 일종의 시장실패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가는 그들의 복원을 위해 개입해야한다. 따라서 저임금을 용인한 고용을 허용하는 것은 이런 국가의 복지책임을 방기하는 논리가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장에서 기업은 이윤을 내지 못하고 생산력을 잃게 되었을 때 망하게 된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노동하는 능력인 노동력을 소유한 노동자도 자연적 신체를 가진 이상 이 신체를 보존하고 건강을 유지해야 노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는 노동력을 소유하면서도 자연적 신체를 보존해야 하는 일종의 '경영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죽음은 경제적 문제가 있더라도 도덕적 문제가 없지만 사람의 죽음은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일명 "노동의 가치" 프레임은 이런 문제를 외면하기 쉽상이다. 따라서 "최적화 문제"가 항상 "선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의 말을 받아들여 노동의 가치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입장에서 궁핍한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시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을 두고 봐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그와 함께 우리는 임금 뿐만 아니라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처우의 선에 대해서도 논의가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홍대입구 역에서 좁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최임 문제와 함께 그들이 자연적 신체를 가진 한 일하는데 필요한 휴식공간과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에 대해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하여야 한다. 이것은 당연히 고용에 대한 비용을 올리긴 한다. 하지만 그 비용을 임금을 낮춰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노동의 가치" 프레임에서 나온 것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결론을 대신하여 : 최저임금제에 대한 민주적 결정 문제
최저임금제에 대한 회의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진실된 최저생계비의 기준은 중요한 문제일까? 오히려 이런 생각이 진짜로 말해져야 할 사람들의 목소리를 못듣게 만드는 원흉이 아닐지 심각하게 고민된다. 최임 문제가 최적화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문제임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센의 언급으로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
정치적, 시민적 자유의 일반적 확대는 발전 그 자체의 과정에서 핵심이다. 자유에는 잘 입고 잘 먹고 잘 대접받는 신민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 행동할 자유를 포함한다. 3
- 동아일보. [단독]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800원 요구…올보다 24% 올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624/107618618/1 [본문으로]
- 置塩信雄.(1961).Technical changes and the rate of profit.Kobe university economic review,7,pp85-99. [본문으로]
- 아마티야 센. 1999. 자유로서의 발전. p408. 김원기 역. 갈라파고스. 201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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