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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에 임금을 캠페인과 여성의 가사노동자로의 고착화

가사노동의 문제는 나 자신에 있어 페데리치[각주:1]를 통해 인식했던 바, 무엇보다 고립된 전업주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우리는 집을 떠니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강제되어 왔으나 결코 그 대가조차 지불받지 못한 가사노동을 거부해야 한다. [각주:2]

"가사노동에 임금을" 캠페인[각주:3]에 대한 흔한 비판으로 "여성을 가사노동자로 고착시킬 위험"[각주:4]을 들기도 한다. 이런 지적은 원론적으로 타당해보이긴 하지만, 특정 정세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운동들이든 그렇듯이.. 여러 정세를 두고 운동의 이득을 고려해야한다. 예컨대 여전히 가사노동에 임금을 주지 않는 현재까지도 전업주부의 사회적 고립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사노동자로 고착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하더라도 그것은 더 나은 실패를 낳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운동의 평가는 위의 비판과는 별개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짧게나마 드러난 한계에 대한 커스터스의 언급을 대신하겠다.

그러나 ‘가사노동에 임금을' 운동은 가내노동자의 권리 그 자체를 체계적으로 다루지는 않았고 양쪽 투쟁의 최전선에 어떠한 유기적 연결고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주부와 가내노동자라는 이 두 범주에 속한 여성들의 동맹은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각주:5] [각주:6]

가사노동의 사용가치 생산 주장

가사노동에는 생산적 노동이라는 주제에서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이 있다. 가사노동은 생산적 노동이며 잉여가치를 생산한다는 주장으로 달라 코스타(1972)[각주:7]가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가사노동은 상품시장 외부에서 재생산을 위한 사용가치만을 생산한다는 주장으로 벤스턴(1989)[각주:8]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계는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점을 낳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두 입장 모두 가사노동이 잉여가치 증대에 봉사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각주:9] [각주:10]

따라서 어찌보면 가사노동이 생산적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주제가 아닌 거 같다. 재생산노동은 노동력의 유지, 보관을 위한 간접노동만을 생산적으로 봐야한다는 이채언(2009)[각주:11]의 논의를 보자. 이 논의는 단지 전통적인 노동력의 가치 개념에 대한 이론을 반복하고 있으며, 가사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밝히는데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이런 것을 보면 노동력의 가치 개념에 천착하는 것은 가사노동에 대한 논의에서 무가치해보이며 그 전통적 해석이 가진 한계를 답습하게 될 것이다. 가사노동 계급이 상품경제인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착취되고 이용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1. Federici, S. (2012). Revolution at point zero: Housework, reproduction, and feminist struggle. PM press. [국역본]혁명의 영점. 황성원. 갈무리. 2013. [본문으로]
  2. Dalla Costa, M., & James, S. (1972). The Power of Women and the Subversion of the Community. p47. Class: The Anthology, 79-86. [본문으로]
  3. Wages for housework Campaign -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wiki/Wages_for_housework [본문으로]
  4. 김원태. 2013. “가사노동(논쟁) 비판.” pp276 주석 55. 진보평론, 226–81. [본문으로]
  5. Custers, P. (1997). Capital accumulation and women's labour in Asian economies. Zed Books. [국역본]자본은 여성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p121. 박소현, 장희은 역, 새움총서. [본문으로]
  6. 여기서 "가내노동자"란 가내수공업을 의미한다. 커스터스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임금캠페인 당시에도 가내노동자의 사회운동이 활발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7. Dalla Costa, M., & James, S. (1972). The Power of Women and the Subversion of the Community. p47. Class: The Anthology, 79-86. [본문으로]
  8. Benston, M. (1989). The political economy of women's liberation. Monthly Review, 41(7), 31-44. [본문으로]
  9. 김원태. 2013. op.cit. p15. [본문으로]
  10. Gardiner, J., Himmelweit, S., & Mackintosh, M. (1975). Women's domestic labour. p58. New Left Review, 89(1), 47-58. [본문으로]
  11. 이채언. 2009. “노동력가치이론과 상품가치이 사이의 논리적 정합성에 관한 연구.” 사회경제평론 32:167–9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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