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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SAC 2045 시즌 2를 업데이트 했다. 정말 쏙 빠져들어서 12화 전부를 한꺼번에 보았다. 일단 전투씬은 매우 준수하고 수사와 전술에 특화된 전개가 중심인 덕분에 SAC 시리즈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다고 생각한다.
12화 초반의 이해하기 어려운 맥락
이전의 11화에서는 대량살상목적의 가스가 미국에 의해 살포되고 공안9과 팀 모두가 죽는 결말을 보여주는데, 갑자기 12화 첫 장면부터는 공안9과 본부에 팀원들이 모여 평화로운 잡담을 하고 있고 포스트휴먼이었던 군수기업 사장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여주며 마치 "포스트휴먼은 없었다면?"과 같은 엉뚱하고 맥락 없이 따분한 장면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기시감을 느낀 쿠사나기 소좌는 사고미로를 의심하는데 사고미로란 [이노센스]에서 나왔듯이 고스트 해커를 속이기 위한 방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좌는 오프라인 상태로 만든 후 데이터의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면시킨 스미스를 해동시켜 대면하게 되면서 사고미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오프라인이면서 어째서 온라인이 된 스미스에게 소좌의 모습이 보인 것일까?
"N"과 더블씽크에 대하여
그 이유는 어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한다. 그것이 바로 N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이 세계를 변혁시키기 위해 만든 네트워크이며 이른바 "N"이 되면 그 독특한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완전히 장악당하면 (에자키가 말했듯이) 더블씽크 상태가 된다. 즉 현실과 N 모두에 접속되어있는 상태가 된다. 말그대로 현실을 살아가긴 하지만 일종의 해탈의 상태가 되는데 한쪽에서는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좋은/원하는/희망하는 꿈을 꾸는 안정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에자키는 이것이 "마찰없는 사회"를 만드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해가 안된다면 책을 읽으면서 한쪽 귀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TV를 틀어두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혼란스러워 보이면서도 그에게는 그 상황이 심리적 안정상태를 줄 수 있다. 우리가 완전히 고요한 곳에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공부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이와 동일한 의미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전쟁의 정세 속에서 포스트휴먼의 필요성
이와 같은 변혁을 꾀한 포스트휴먼인 시마무라는 "인류는 기술적 특이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공각기동대 2045년의 보편적인 정세가 "지속 가능한 전쟁을 통해 정세적 안정을 꾀한다"에 있다. 인류가 진화하지 않는다면 전쟁에 의해 공멸한다는 생각인걸까? 따라서 모든 인류가 현실과 꿈을 통해 안정화된 N이 된다면 이와 같은 지속가능 전쟁 정세도 사라지게 되고 공멸의 위기도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 의해 우연히 탄생한 포스트휴먼 AI가 인류에게 제시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소좌는 타카시의 케이블을 끊었는가
마지막에 모든 인류를 N으로 만드는데 모든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마무라는 소좌에게 말한다. "이 통신선을 뽑으면 모든 인류가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 소좌에게 이 모든 거대한 변혁의 과도기에서 다시 모든 것을 되돌릴 수도 있다는 선택권을 준 것이다. 소좌는 망설이면서도 케이블을 움켜쥔다. 이후 장면이 다른 장면으로 페이드되는데, 과연 소좌는 케이블을 뽑았을까?
결말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이후의 장면을 보면 에사키는 더블씽크가 된 9과에 새로운 신입구성원으로 익살꾼과 함께 들어오게 되는데, 이 두 사람의 과거를 마치 까맣게 잊은 듯 9과 인물들이 신입으로 마주하는 것을 보면 역시 시마무라의 씽크가 끊어졌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화한 이에게는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오직 N이 되지못한 (고스트가 없는)에사키와 타치코마들(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도쿄에서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N이 되지 않은 소좌만이 진화를 알아차릴 수 있으며 N에서 나가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소좌는 바토에게 왜 자신을 인지할 수 없을 거라 했는가
소좌가 N에서 나가기 전에 바토에게 자신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생각해보자. (소좌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데 이것은 곧 죽음이다. 하지만 이건 N에서의 로그아웃을 의미하지 현실이 아니다) 더블씽크는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지만 N에 접속되지 않은 이에게는 인지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증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토구사의 경우이다. 토구사가 도쿄에서 바토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할 때 "세상은 이리도 아름다웠던가"라고 할 때부터 N이 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후에 아무도 없었던 도심지 거리에서 N인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 장면을 보면 N이 아니면 N들을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로, 스미스의 경우다. 동면에서 깨어난 스미스가 온라인 상태가 되자 쿠사나기가 보인 이유는 이미 그때부터 N이 되는 바이러스가 실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미스가 "너도 N이냐?"라고 물었던 옆에 있던 이는 온라인 상태니까 당연히 보이는 것이고) 즉 쿠사나기가 N에서 로그아웃 해버리면 바토에게 쿠사나기는 인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론
여러모로 SAC답지 않게 너무 거시적인 결말을 낸 점이 유감스럽긴 하다. 왜냐하면 인류의 진화를 다룬 결말 이후를 어떻게 전개시킬 수 있는지 감도 안잡힌다. 해서 아마도 2045 시즌3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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