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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어쨌든 갈길을 간다 [초속5cm]

현정경 2021. 5. 23. 13:00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초속5cm]는 굉장히 진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전개과정을 밟았다면 식상했을 틀을 3개의 구성으로 나누었다. 주인공 다카키와 아카리의 13살 시절 첫사랑을 다루는 [1화. 벚꽃이야기],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다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이야기를 다룬 [2화. 코스모나우트], 이후 성인이 된 다카키와 아카리가 13살 시절을 추억하는 [3화. 초속5cm]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굉장히 진부하나 아무래도 이 감독이 유명한 이유는 '빛의 작가'라는 별명이 보여주듯이 빛의 효과에서 보이는 독특함이 관람자를 사로잡아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배경도 예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무척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건 내 관심이 아니다. 중요한건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던져주느냐가 내 관심이다. 이런 나의 자세에서 이 작품은 아주 단순한 의미를 알려줄 뿐이다. 비평이 딱히 필요하지 않아보인다만.. 일단 적어보겠다.

첫째.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의 거리도 멀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내용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다카키와 아카리가 13살 시절 '잘 나가다가' 왜 멀어지게 되었는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딱히 어떤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13살에 재회한 뒤 다카키와 아카리가 물리적으로 더욱더 멀어지고나서부터였다는 것이다. 그 뒤로 천천히 각자의 삶 속에 집중하는 편이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것인가!  또 하나의 증거로 고등학생이 된 다카키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물리적 거리가 마음이 멀어진 원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고 이를 해소하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함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에 대한 증거 역시 있다. 다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가 진로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해서 난색 중이었을 때 다카키에게 묻는다.

카나에 : "다카키는 대학에 갈꺼야?"
다카키 : "응. 도쿄에 있는 대학에 넣어 볼 거야."
카나에 : "그럴거라 생각했어"
다카키 : "그건 왜?"
카나에 : "어쩐지 멀리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거든"
다카키 : "카나에는?"
카나에 : "난 당장 내일 일도 모르겠는걸"
다카키 : "아마..  누구나 그럴거야"

이 말을 듣고 카나에는 다카키와 같은 입장이라고 좋아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다카키도 그저 막연하게 아카리와의 거리를 좁히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도 내일 일도 모른다는 카나에의 말에 동감한 것이겠다.

둘째, 성인이 되고나서도 다카키와 아카리는 결국 서로 갈 길을 가는 삶을 산다. 그 속에서 서로 잊혀진 옛 첫사랑에 대한 추억 정도를 소비하는 수준으로 그렇게 삶과 노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흘러나오며 작품은 끝이 난다. 여기서 전달하는 메세지는 무척 단순하다. 어쨌든 오늘을 사는 나는 가끔은 첫사랑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도 오늘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야지. 아 근데 왜 이리 인생이 험하지?  그냥 머리 굴리는게 시간낭비입니다. 영상에 맡기세요. 아마도 [언어의 정원]도 영상미에 초점을 두었을 것이라 예상되네요. 아니면 말고

관련글 : 「초속5센티미터」 둘은 얼마나 멀어졌을까?

[이관 글. 2013-08-21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