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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세이의 격률- 1~24화(완) (TVA)

오랜만에 심장 쫄깃하게 했고 무척 흥미롭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애니. 2014년도에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내 기억으로는 만화책 [기생수]는 상당히 오래전 만화인데.. 이렇게 한참을 지나 TV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되어 무척 반가웠고 당연히 시청했다.

보면서 떠오른 게 있는데 따지고 보면 여기 나오는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기생충의 성숙체들이란게 그렇게 강한 족속들은 아니다. 그냥 보다보니 최소 특수기동대나 소총수 소대급이면 기생수 한 개체 정도는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 다만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고토의 경우는 소총보다는 중화기가 필요하긴 했지만 이런 건 뭐 큰 변수가 아니다. 결국 기생수는 인간의 몸에 기생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다만 설정상 기생수의 본체가 '상당히 강하다'는 설정인 듯.

아무튼 여기서 초반에 나오는 중요해보이는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왜 인간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주인공인 신이치의 뇌에 침입하지 못하고 오른손에서 성숙체가 되어버린 기생수 '미기(오른쪽)'는 인간을 먹는 기생수를 비판하는 신이치에게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너희들은 다른 종족을 잡아먹으면서[필자:좀 더 크게 보자면 '자연을 해치면서'] 왜 인간을 먹는 것은 안된다고 하는가?"

이런 질문은 흥미롭다. 인간은 분명 자연을 해쳐왔다. "왜 인간을 해치면 안되는가"라는 외계생명체의 질문에 대답하긴 어려워보인다. 신이치도 이런 질문에 맞딱뜨려 고뇌를 거듭하기도 한다. 사실상 인류 역사를 보면 (특히 근대화로 인해) 엄청난 동물들이 학살당했다. 한국을 생각해보자. 그 많은 곰과 이리, 호랑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봤기 때문에 모조리 죽여서 멸종시켜버렸다. 게다가 토지의 개척과 개발로 인해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 들짐승들까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인간의 근대화라는 계획에 의해 거의 멸종시켜버린 것. 마지막에 고토의 재생을 지켜보던 신이치가 선악을 인간의 기준으로 보는 문제를 자각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을 해하기 때문에 들짐승을 학살했는데 거기에는 인간의 기준에 의한 선악의 기준에 불과하며 다른 생물들의 입장에서는 인간은 악마와 같은 존재로 보일 것은 분명하다. '오른쪽'이 그래서 "악마에 가까운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라고 하는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치는 기생수들의 존재가 무고한 인간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에 직면하여 판단을 내린다. "악행을 막아야 한다." 인간이 기생수들과 다른 점은 자기가 손해를 입더라도 혹은 목숨이 위태로움에도 불구하고 약한 사람을 돕고 선행을 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선인가"라는 철학적인 고찰은 일단 제껴두자. 신이치는 기생수가 이미 세상에 닥쳐있고 이것들이 무고한 인간들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데 대해 고통스러워한다. 그는 정부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으나 '오른쪽'의 협박에 의해 이 행동은 제약이 되어 있다. 결국 막아야 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인식 하에 이러한 결론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미치게 만드는 제약조건은 외부에서 주어졌다. 하지만 악행을 막는다는 정언명령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로운 판단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마지막에 "하늘에 맡긴다"며 고토의 재생을 직접 막는 걸 주저하다가 나중에는 그 자신이 '인간'이라는 점에서 의지를 갖고 칼날을 들었다. "미안하다"라고 하면서. 이는 고토가 저질러온 살인행위들을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워보인다. 미안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기생수]는 지속적으로 선악을 인간의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는데 대한 오만함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납득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결국 칼을 든 신이치는 인간이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 문제들에 직면하여 도덕감정만이 남았다는 느낌을 보여준다.

막판에 이 작품이 말하려던 메세지는 강렬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기준하여 선악을 판단해왔고 이런 프레임에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연과 다른 종과의 공존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다는 것이다. 기생수가 갖는 은유는 외계생명체나 이세계의 침략자라고 보기보다는 근대화 이전에 인류와 함께 공존해왔던 맹수라고 생각되었다. 이는 마지막에 숲에서 숨어 지내던 고토가 스스로를 "짐승과 차이가 없다"고 표현하는 것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데리다가 말했던 "그들은 우리를 지켜보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비유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그러한 인식을 가진 기생수 중에도 이질적이면서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한 타미야 료코라는 존재를 통해 이 부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과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어. 단지 우리는 기생해서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일 뿐이야. 그러니까 우리를 미워하지 말아줘."

이 지점에서 동물권에 대한 꽤 흥미로운 지점들을 많이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이렇게 깊이있는 주제를 통찰한 작품이었나 놀라기도 했다. 바로 인간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동물 즉 타자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고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근대화가 되면서 인류가 맹수를 학살했다. 옛 동화를 보면 맹수들에 대한 '악'한 존재로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이리가 가장 대표적일 듯 하다). 이때 이런 관점이 인간을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신이치가 말했듯이 "오만"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인간으로서 갖는 그 오만함을 거두어내고 비-인간 동물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이것을 무게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에 별 고민도 없고 사려도 없는 경우가 최근까지도 종종 일어난다. 가장 가까운 최그느이 사례는 바로 한국의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확산방지를 빌미로 무분별하게 타지역에서의 맷돼지 사냥한 사례이다. 링크 마치 마오쩌둥이 참새를 '해로운 새'라고 해서 씨를 말리다가 그들이 하던 자연에 대한 어떤 역할의 일부분이 사라지면서 악효과가 일어났던 일을 잘 상기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해를 입는다는 생각 역시도 비판받아야 한다. 이 작품은 이런 "인간의 기준"과 "선악의 판단"에 대한 오만함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메세지를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숙고해야 할 것이다.

즐겁게 놀아보세 1~8화 (TVA)

깔깔 웃으면서 봤던 코미디 학원물. 뭔가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콤비네이션인데 오랜만에 배를 잡고 볼 수 있었던 애니였다. 그냥 전통적인 "놀이"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애니이다. 세 꾸러기들이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즐기는 데 무척 재밌고 유용하기도 하다.

Fate/Grand Order -절대마수전선 바빌로니아- 11~13화 (TVA)

아놔 11화 이후 왜 총집편을 하는데.. 총집편으로 때우는 거 너무 싫더라... 아무튼 엘키두에 대한 그리움에 쌓인 아련한 길가메쉬왕을 볼 수가 있었다. 너무 슬프더라ㅠㅠ 길가메쉬가 생전에 이런 면이 있었다니.. 바빌로니아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길가메쉬왕입니다 여러분.

명탐정 코난 220~229화 (TVA)

역시나 그냥저냥 정주행하고 있는 코난 시리즈. 하이바라가 이렇게 잘 안나왔던가?ㅠㅠ 오사카 탐정만 겁나 많이 나오넼ㅋㅋㅋㅋㅋ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1~14화 (Comics)

소설판을 11권까지 다 읽고나서 바로 현재까지 나온 만화책 1권부터 20권을 e-book으로 다 질렀다. 오랜만에 보니 너무 행복하고 좋누~ 이거 다 읽고 또 TVA판을 또 볼거라구~ 젠장!!

ARIA The ANIMATION 5~13화(완) (TVA)

이제야 다보았다. 스토리는 신경쓰지 않는 게 좋다. 그냥 마음이 포근해지는 치유계 애니이다.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애니라고 생각된다. 아라아라 우후훗~

가장 좋았던 장면은 12화 낡은 다리를 건너 과거로 간 아카리와 그곳에서 처음 아쿠아에서 수로를 통해 물이 들어오는 장면이 운치가 좋았다.

Death Stranding (GAME)

아직 PC로 나오려면 좀 있다 나올테지만.. 일단 유튜브로 플레이(?)했다. 메탈기어 팬텀페인을 개발했던 게임엔진을 사용한 거 같다. 게임시스템이나 그래픽이 팬텀페인과 유사하고 주인공이 머리를 뒤로 묶는데 이것도 '베놈 스네이크'의 오마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던 점.

코나미를 나온 코지마 감독이 결국 퇴사 후 광명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메탈기어 이후 새로운 시나리오를 기획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메탈기어 시리즈의 팬이지만.. 데스 스트랜딩의 주인공 샘처럼 회의주의로 뒤범벅된 인물을 그이 과거 작품들 속에서 본적이 없다. 아메리카의 재건 혹은 사회적 관계의 재건에 대해 항상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 기이했던 것은 나만 그럴까? 코지마의 작품들 속에서 본 적이 없는 태도라서 놀랐다.

결말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꽤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영상이 너무 길어 게임 플레이어에게는 좀 지루한 감이 있을 수도. 엔딩을 보니 아무래도 이거 후속작이 안나올 수가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스토리가 오이디푸스왕이 떠오르는 대목도 있네.

[이관 글. 2020-01-19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