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서론 생산적 노동의 구분은 마르크스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논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여전히 논쟁적이다. 왜 논쟁적이냐면 학계에서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증연구 분야에서는 적어도 어느정도 표준이 자리잡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되는데, 90년대 정성진(1990)을 시작으로 MELT를 이용한 실증이 국내에서 이루어져왔는데 대체로 국내의 실증연구들은 생산적 노동의 구분을 시행해왔다. 그리고 최근들어서는 정성진(2005), 정구현(2016)에 이르기까지 국내 마르크스경제학의 계량경제는 대체로 Shaikh and Tonak(1994)(이하 S&T)의 생산적 노동 구분방법이 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즉 S&T의 방법이 대체로 표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
※ 주의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82년생 김지영」 이 소설은 82년생인 김지영이라는 여성이 어머니의 생전 이야기, 자신이 태어나면서 자라온 날들,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생활, 전업주부로서의 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이 겪을법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이 책의 구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소설들이 되도록이면 자제하는 주석, 즉 각주가 많다는 것이다. 주석의 내용은 모두 참고문헌에 대한 내용으로 언론에서 나온 기사, 그리고 연구논문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이걸 보고 나는 꼼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주인공의 삶과 경험에 어떤 보편성을 담지하기 위해 참고문헌을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문학의 고유한 테크닉은 결국 문장으..
신카이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를 보게 되었다. 때는 2039년. 화성에 조사대를 파견했다가 타르시스인이라는 외계문명에 의해 전멸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뒤 인류는 외계문명에게서 얻어낸 기술을 이용해 선발대를 꾸려 타르시스인을 추격한다는 설정이다. 다시 2046년. 이때 미카코와 노보루라는 두 중학생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공유하였으나 아직은 고백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미카코는 타르시스인을 추격할 선발대로 뽑힌다. 아니 차출(?)된다. 미카코라는 중학생이 타르시스인의 추격대로 선발되어 우주 저 멀리 태양계를 지나 8광년이나 떨어진 혜성으로 간다는 배경과 전개는 억지스럽긴 하지만 사실 납득가능한 설정성은 중요하지 않다. 신카이는 두 주인공의 거리를 매우 멀리 설정하기 위한..
정민수 씨는 인사과 과장이다. 전달에 진행된 공채결과가 나오고 오늘은 바로 탈락한 인원들에게 통보메일을 보내기 위한 메일링 목록 작업을 위해 혼자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는 중이었다. 따르르릉. "XX테크 정민수입니다." 「지금 화곡사거리 CU에서 출발합니다. 열려있나요?」 그리고 뚝. 하고 끊겼다. 왠지 20대 정도 되는 여성이라고 추측되며 그것은 사무적이고 건조한듯한 어조였다. 이상한 전화라고 생각했지만 정 과장은 개의치않았다. 다시 그는 메일링 작업에 집중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전화 벨이 울린다. 「지금 망원동 LaLa Cafe에서 출발합니다. 열려있나요?」 뚝. 정민수 과장은 대체 어떤 년이 이런 장난전화를 하는 거냐며 투덜대었다. 이번에는 금새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염리동 Sta..
침을 삼켰다. 침이 목젖을 긁으며 넘어가는 소리가 모든 정적을 깨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꽉 쥔 주먹이 떨리고 있다. 기분좋게. 나는 입을 열었다. "퇴사하겠습니다." 모든 끝은 달콤하다 하였는가. 실로 그랬다. 밤이 내리고 거리의 조명등이 어둠을 밝힌 빛 주변에서 날벌레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추기 시작하는 시간. 그 너머에 환하게 주변을 밝혀주는 한 사무실 창가. 그 너머에 한 인물이 모니터 앞에 무언가를 열심히 집중한 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바로 강한수 대리이다. 그 옆에 정혜주 사원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정적을 깨고 혜주는 입을 열었다. "강 대리님. 이거 이러다 일정 못맞추는 거 아닐까요?" "못맞춘다고 생각하지마. 다 할 수..
아수라를 봤다. 보고나서 아주 간단하게 감상을 남겨보겠다. 이를 보고나서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약속을 함부로 하면서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독한 가학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한도경은 약속하고 따르는 상대방을 신뢰할 수가 없으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절망의 끝까지 간다. 일반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일을 재생산하는 무리들의 논리는 "너도 X되고 나도 X되는" 상황을 담보로 짓는다. 그래서 비리를 잡아내려면 내부고발자에 대해 X되는 일을 최대한 경감해주므로서 고발을 유인하고 내부를 분열시키도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박성배 안남시장. 그리고 김차인 검사가 한도경을 지배할 수 있던 건 힘을 가진 자가 덜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었던 거다. 실상은 너도 X되고 나도 X되는 게 아니라 너만 X되..
최근 욘 엘스터의 「마르크스 이해하기」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책이 마치 입문서처럼 되어 있는데, 아니다. 속지마라. 번역을 정확히 해보면 "마르크스의 감각을 익히기(?)" 정도일 거다. 아무래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팔아먹을만한 제목을 달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 변경 같다.. 어쨌든 일단 '경제학' 부분에 대해 읽었다가 아무래도 전형문제와 관련된 그의 비판이 눈에 띠었다. 간략하게 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하지만 해당 챕터만 보고 쓰는 것이므로 되도록 일반적인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언급하고자 한다. 1. 전형문제 엘스터는 가격형성론으로서 균등이윤율해석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정의가 있다고 언급한다. 번역이 이상한데.. 아무래도 전형문제인 듯 하다. (1) 국지적 [균등]해석 :..
※ 주의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요새 들어 오픈 일정 덕에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두 권을 겨우 읽어냈고, 빠르게 2월의 덕후감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너의 이름은。어나더 사이드:어스바운드 [너의 이름은. 어나더 사이드 : 어스바운드](이하 어스바운드)는 이번에 개봉한 극장판 [너의 이름은.]의 소설 특별판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극장판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부제 그대로 아니메에서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겹치는 것은 많다. 다만 주, 조연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좀 더 디테일한 설정과 심리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테시가와라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에서 내가 생각한 테시가와라가 자신이 사는 마을 이토모리에 대한 그의 태도가 무엇..
아차. 이게 아니라... [거꾸로 된 파테마]의 설정을 먼저 설명하자면, 중력을 가지고 에너지로 전환하는 뭐 그런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고(줏어들은 바로는 물리학에서 우주를 설명하는 힘 중에서 가장 약한 게 중력이라고 들었다.. 이걸 갖다 에너지로...??) 그 피해자들인 대부분의 인류는 역중력이 작용하여 "하늘로 추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소수의 역중력 피해자들은 지하공동체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나머지 역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선택된 자들"은 일종의 종교적 교리를 갖고 하늘로 추락한 이들이 죄인이었다는 이데올로기로 아주 엄격한 규율에 따라 통치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지하에 살던 파테마가 어린 시절 따랐던 라고스가 행방불명이 되고, 이런 맥락에서 자신의 입장에서 그 다른 세계를 추..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나도 최근에야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경은 70년 대 말 쯤의 한국을 배경으로 육상부였던 오이랑이라는 여고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체육대회에서 자신의 경쟁자였던 동료에게 추월당하면서 "지는 것보다 넘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넘어지게 되었다고 하면서.. [소중한 날의 꿈]은 오이랑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 오이랑은 육상부를 그만둔다. 그 뒤에 서울에서 왔다는 전학생 한수민을 알게 되고 극장에서 러브스토리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계기로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한수민이란 존재는 오이랑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단지 한수민은 세상에 대해 회의적인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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